시인동네 2018년 8월
* 기억할 만한 글: 김인숙, "하이쿠(俳句)는 맥주 두 잔이다" 류성훈, "공구" 비 성선경 머리는 없고 토슈즈만 있다, 가슴은 없고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다리도 없고 종아리도 없고 토슈즈만 음계를 밟는다, 몸통은 모두 없고 토슈즈만 바쁘다, 발목 위는 없고 다 없고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그림자도 없이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흙먼지 위의 흙먼지 위를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연잎 위에 물방울이 또르르 구른다, 물방울 위의 물방울 청개구리가 한 마리 또다시 뒷발에 힘을 모은다. 공터를 가진다는 것 민왕기 책 한 권 남기고 떠난 작가가 적막에 성실했듯이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에 시간이 흐르듯이 쓸쓸함에 성실하면 공터가 생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공터 지금 이 공터는 쓸쓸하고 사람에게는 쓸쓸함이 공터였다 아무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