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0년 전에 극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 마당극을 주말마다 공연해야 하는 극단에서였지요. 무대연출 보조로 잠시 투입된 저는 한 달 동안 새벽 5시에 나가 자정 넘어 귀가하면서, 극 중에서 해가 뜨면 해를 올리고 달이 뜨면 달을 올리고 멍 박사 옷이 찢어지면 바느질을 하고 마지막 한마당에 아이들에게 뿌릴 색종이를 무한히 자르고 끝없이 짐을 날라야 했습니다. 배우들의 몸은 쉬지 않고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변함없는 페이스로 터보 엔진처럼 무섭게 움직이더군요. 마지막 공연 뒤풀이에서 저는 만 원권 10장이 든 봉투를 받아들고 짜고 쓴 눈물을 삼켰습니다만, “적자가 3천 밖에 안 돼, 이번엔 선방했다!”는 극단 일원의 건배사에 뒤통수를 맞고 눈물이 쏙 들어갔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