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전지구적인 고민은 인류를 잠식한다
백만 년 만에 쓰던 글을 저장 직전에 잃어버리면,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남극에서 빙하가 녹을까봐 에어컨을 안 틀어주는 전지구적인 도서관 직원의 혼란스러운 눈망울과 마주했을 때처럼 하소연할 데가 없어 비참하다. "저도 정말 헷갈려요... 빙하가 녹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하고..." 그녀는 고민에 휩싸여 정말로 아노미 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땐 정치적 올바름이고 지구네트워크고 환경론이고 에코고 나발이고 나는 그냥 흙바닥 위의 펭귄보다도 불우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아, 네, 당신의 지구적인 고민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더워서 땀범벅이 되어 지쳐빠진 채 허탕치고 집에 돌아가 각자 에어컨을 틀면 빙하는 더 빨리 녹을 텐데? 도서관은 책 보러 오는 곳이고, 너무 더우면 책을 볼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