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캐나다에서의 일입니다. 유키와 저는 짧은 영어로 대화하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유키는 한국어를 못했지요. 영어 학교의 짧은 학기가 끝나고 그녀는 미국으로 가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횡단여행을 떠났습니다. 가는 도시마다 그곳 엽서를 저에게 보내주었는데 워싱턴 시에서 보낸 엽서에는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의 사진에 “Buy 1 & Get 1 Free!”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쓰여 있었어요. 그녀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답장을 쓸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가끔 시가, 우리 사이에 오가던 비문투성이 영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그것은 문법이 엉망이지만 거의 텔레파시에 가까웠을 거예요. 우리가 설령 서로의 말을 오해하고 있었다고 해도요.
오래 전 엽서들에 뒤늦게 답장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한아 드림.
-2019년 6월 일본 동경 한국문학서점 책거리 행사 팜플렛
'지난 글 > tend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저 인간이 되는 것만도: 알베르 카뮈,『페스트』 (0) | 2020.05.29 |
---|---|
어떡하지, 나는 작가선언보다 백수선언이 어울릴 것 같은데 (0) | 2020.02.16 |
동경외대 번역 워크샵 강연문 (0) | 2020.01.17 |
매다 꽂기 (0) | 2020.01.17 |
그가 아직 평론가가 아니었을 때 (0) | 2020.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