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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Mr. Sacher-Masoch 썅. 진짜 너무 덥다. 동양도서관이 쉬는 월요일이어서 가끔 오던 서운작은도서관에 왔는데, 이 도서관에서 매일 밥 얻어먹는 노랑 고양이도 너무 더워서 도서관 현관 층계참 그늘에서 늘어진 채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다. 진즉에 끝냈어야 할 들뢰즈 원고가 시원하게 나오질 않고 찔끔찔금 염소똥처럼 떠듬떠듬 씌어지고 있어서 논문 후유증으로 '고장난 글 센서'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 동시에, 그럼 일주일 후에 마감인 학술대회 발표문은? 머리가 띵하다. 그러나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David Sigler라는 사람이 쓴 논문 하나를 읽었는데, 굉장했다. 이라는 글인데, 들뢰즈의 마조히즘에 대한 글들이 대개 프로이트의 사도-마조히즘과의 구별점(이미 들뢰즈 그 자신이 충분히 논하고 있어서 ..
'역장'이 은유가 아님 은유는 우리들 사상의 신화적 유물론의 증거임. aka 에반게리온의 통찰.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과학자들이 우리의 몸을 감싼 '포스 필드'를 발견했고, 당신은 그걸 느낄 수도 있다.
들뢰즈 7월 18일의 일기. 들뢰즈의 유작인 비평과 진단을 읽고 있다. 본래는 들뢰즈와 문학에 관한 글의 집필을 시작해야만 했지만.이 책의 번역에 비문이나 오탈자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저키즘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들뢰즈의 책 거의 전부가 이렇게 독해에 저항한다. (매저키즘이 영어 중역이라서일까? 그러니까, 그의 불어 텍스트 자체가 번역하기 어려운 것일까?) 이 책의 앞머리에 붙은 췌사는 심지어, 프루스트의 反 생트-뵈브(Contre Sainte-Beuve)라는 책에서 인용한 다음의 문구이다; "훌륭한 책들은 일종의 외국어로 씌어져 있다." 자신의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한 상태에서 붙여놓는 이런 췌사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의 책이 읽히지 않는다고 당신은 불..
시신(詩神-屍身)의 뜬 눈 7월 14일의 일기.1. 시 쓰기의 숨겨진 목표는 (시인에게까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그 목표는) 시를 죽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수영은 그것을 "이제까지의 시를 폐기하는 것"이며, 잠정적으로는 자기의 갱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를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시를 죽이는 일'이라면, 그는 시(자기의 온몸인, 시 쓰기의 순간에만큼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혼신인)-로서의 자기를 죽이려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를 죽이려 하는 것일까? 지금 당장의 시를 죽임으로써 정말로 죽이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2. 시를 죽이는 시 쓰기는 죽지 않는다. 자동기계.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을 욕망의 기계로 이해한 스피노자의 유물론적 관점을 부각시켜 이어받은 들뢰즈..
오늘은 비
정동 이론 * 멜리사 그레그, 그레고리 시그워스 편저, 최성희, 김지영, 박혜정 옮김, 정동 이론 The Affect Theory Reader, 갈무리, 2015. "우리가 습관을 통해 좋은 취향을 획득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상과 정동 사이의 연합(association, 아마 영미 경험 심리학에서 일컫는 '연상'을 이렇게 번역한 듯-오리너구리)이 습관을 통해 보존되는 것이다."(67)"폭력을 노출하는 것이 폭력의 기원이 된다."(75)- 사라 아메드, "행복한 대상". "'몸의 활성화된 살의 차원에서, 즉 되기가 진행되는 몸의 차원에서, 오류가 결코 있을 수 없는 경보의 옳음이라는 차원에서 우리가 가정해야 하는 그 몸의 실존적인 효과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위험을 알리는 기호들이 영원히 어른거리는 세..
김춘수 가상 인터뷰) 업보 경찰 행정관 나사루의 비망록 *이 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알료샤에게 이야기해준 자신의 서사시 「대심문관」을 상호텍스트로 삼고 있는 김춘수의 시 「대심문관」을 다시 상호텍스트로 삼고 있으며, 플라톤의 영혼불멸에 관한 대화, 『국가』 10권의 반향이 조금 스며 있다. 전기적 서술들은 모두 김춘수의 자전소설 『꽃과 여우』를 비롯한 그의 저술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돌아가신 김춘수 선생이 아라뱃길 산책로를 걷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비가 제법 내리다 갠 4월 말의 어느 평일 낮이었다. 업보 경찰의 행정관으로서 내가 하는 일은 대개 많은 사람들의 습관이 기록된 문서들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간단한 조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하지만 래리 플린트의 분신이 미국 대통령 후보..
폭염 속에서 전지구적인 고민은 인류를 잠식한다 백만 년 만에 쓰던 글을 저장 직전에 잃어버리면,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남극에서 빙하가 녹을까봐 에어컨을 안 틀어주는 전지구적인 도서관 직원의 혼란스러운 눈망울과 마주했을 때처럼 하소연할 데가 없어 비참하다. "저도 정말 헷갈려요... 빙하가 녹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꾸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하고..." 그녀는 고민에 휩싸여 정말로 아노미 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럴 땐 정치적 올바름이고 지구네트워크고 환경론이고 에코고 나발이고 나는 그냥 흙바닥 위의 펭귄보다도 불우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아, 네, 당신의 지구적인 고민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더워서 땀범벅이 되어 지쳐빠진 채 허탕치고 집에 돌아가 각자 에어컨을 틀면 빙하는 더 빨리 녹을 텐데? 도서관은 책 보러 오는 곳이고, 너무 더우면 책을 볼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