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관해 생각하고 있으면 시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오르가즘에 대해 생각하느라 전혀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애정 행위와 비슷할 것이다. 시는 아마도 반쯤 무의식적이고 집중된 행동의 일환인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처음 무엇인가 자기 속엣말을 순전히 자발적으로 백지에 적기 시작한 시점을 떠올려보면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다. 속엣말은 흔히 (기억과 상상을 포함한) 생각이거나 느낌이거나 이 둘의 혼합일 터이고, 양 끝에 생각과 느낌이 있는 선분 위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 그 스펙트럼의 어디쯤이 좋은지에 관해 쓴다는 것은 매우 곤란하고 불쾌한 일이다. 게다가 ‘좋음’이란 얼마나 애매한 말인가. 그것은 개인의 취향에만 국한되는 ‘좋아하다’의 명사형(‘좋아함’)이 아니라 객관적인 훌륭한 상태의 진선미가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