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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지젝과 함께 * 우선, 봄호에서 철문이 형의 재미 있는 시를 읽었다. 유홍준은 나쁜놈이다 장철문 유홍준이 멧돼지를 잡았다 맨손으로 돌팍을 던져서 잡았다 다람쥐무늬가 있는 놈을 잡았다 연두빛 칡덤불 밑에서 아장아장 걸어나온 것을 잡았다 나쁜 놈! 이병주문학관 주차장 지나 개울에서 물 먹고 있는 놈을 잡았다 2011년 6월 18일이다 그날 평사리문학관 달빛낭송회에 와서 낮에 멧돼지를 때려잡았노라고 뻥을 쳤다 어차피 힘센 놈이 힘 약한 놈을 잡아먹고 사는 거라고, 쫓아나 볼 요량으로 인사로 돌팍을 던졌는데, 그만 즉사했노라고 박박 우겼다 한번만 말해도 될 것을, 말하고 또 말하고 오래 말했다 옆집누나의 젖꼭지를 스친 사춘기의 손가락처럼 나쁜 놈! 유홍준이 하는 짓을 어미가 때죽나무 옆 칡덤불 뒤에 숨어서 다 봤을 거다 두..
시인과 평론가 + 행복에 대한 두 개의 태도 오늘날의 비평가들은 한 사람이 옛 시인들의 개별적인 장점을 모두 능가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18장. 1456a 8-10 2200여 년 전에도 비평가들은 시인들에게 요구가 참 많았구나. 시인이 불가능한 것을 그렸다면 그는 과오를 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오도 그것이 시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바지하거나, 그것이 속한 부분이나 다른 부분을 보다 놀라운 것으로 만든다면 정당화될 수 있다. - Ibid. 25장 1460b 21-25 '과오'에 관해서라면 김수영의 "제3 한강교(인도교?)"에서 시작해 미래파에 이르는 '실험과 상상, 소통(불)가능성'에 관련되는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미메시스를 문예사조 상의 개념과 분리하여 '최호한의 소통가능성'에 한정하여 생각..
운동의 윤리와 캠페인의 모럴-'시와 정치' 논쟁에 부치는 프래그머틱한 부기 동경백색집단 어느 날 저녁,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TV를 켜자 다음과 같은 뉴스가 흘러나왔다. ● 앵커: 요즘 일본은 온몸을 흰 천으로 감싸고 유랑생활을 하는 백색집단 때문에 시끄럽습니다.종말론을 내세우며 집단생활을 하는 백색집단이 자칫 큰 사고를 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합니다.도쿄 김동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 백색집단은 자신들의 몸은 물론이고 이동용 차량까지 온통 흰 천으로 감싼 특이한 외향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흰색이 전자파를 차단한다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이들은 전자파가 적은 곳을 찾아다닌다며 산간지방 도로를 점거한 채 집단생활을 계속해 현지 주민들과 마찰을 빚다 결국 본거지로 돌아갔습니다.● 일본 야마나시현 주민: 일단 기분 나쁘고 관광에도 영향이 있다.● 기..
Skid Low, "18 and Life" 20년 전, 학교에서 야자 끝나고 나오다가 버스 정류장 앞 리어카에서 천 원 주고 산 Skid Low의 Monkey Business 앨범. 친구에게 카세트 빌려 와서 듣는다. 80년대 돋네... "Monkey Business"를 "바보스러운 것"이라고 굳이 번역해 놓은 것도 우습고. 그렇지만, 열 여덟 살의 인생이란, 그처럼 바보스럽고 신났구나.
광인의 3일 간의 장물 리스트 그제 벗으로부터 _ 르 클레지오, , 김화영 옮김, 세계사, 1992 명동 헌 책방에서 _ 유종호, , 문이당, 1989. _ 알베르 카뮈, , 김화영 옮김, 책세상, 2000. 중고 음반 가게에서 _ Tim Buckley, , Elektra1989 remastered. _ Ocean Colour Scene, , 2001 universal island Ltd. 어제 구내 서점에서 _ 르 클레지오, , 조수연 옮김/최수철 감수, 열음사, 2007. _ 오스카 와일드, , 원유경/최경도 옮김, 한길사, 2008. _ 헤르만 헤세, , 정서웅/윤예령 옮김, 민음사, 2002. 자동차 트렁크에서 _ Arthur Schopenhauer, On the Basis of Morality, Translated by E...
Our Lady Peace, "Car Crash", "Everyone's a Junkie" 며칠 전에 올렸던 The Stone Roses의 "Made of Stone"을 거듭 듣다 보니 이 노래 생각이 났다. 표면적으로는 둘 다 교통사고를 주제로 하고 있어서이기는 한데, 교통사고라는 일상적이고 항상적인 위협을 보여주는 소재에서 다른 차원으로 감각과 사유를 끌고 넘어가는 공통적인 재주 때문인가 싶다. 밴드의 유명세를 드높인 앨범 에 수록된 이 곡은 Our Lady Peace의 특징적인 면모 중 하나인 끈덕진 심리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가령, "Superman's Dead"나 "Automatic Flower", "Clumsy", "Carnival" 같은 곡들이 담고 있었던 왜소한 자아의 부풀려진 콤플렉스, 이상적 롤모델과 따뜻한 모성 같은 것이 사라진 차갑고 무심한 세계에서 지르는 돌연한 비명, ..
치통+꿈 치통을 끙끙 앓으며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최강희가 주연한 영화 를 보았다. 물론 실재하지 않는 영화다. 최강희 특유의 인물 성격을 기본적으로 고수했지만 현실적인 면이 약간 더해져서 4차원 소녀 이미지보다는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서사보다는 여주인공의 쓸쓸한 내면을 담담하고 초연하게 연출한 것이 포인트. 꿈의 안팎을 계속 오가면서 중간 중간에 일종의 자각몽을 여러 번 꾼 것 같은데, 아무튼 일어나보니 치통이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사실은 아프다 지쳐 잠들고 아파서 놀라 일어난 것 같다.
The Stone Roses, "Made of Stone"과 1989년 이인성 선생님 홈페이지에 칼럼을 쓰고 원고료로 받은 The Stone Roses의 데뷔 앨범. 20년 만에 remaster된 것으로, 여기에 올린 "Made of Stone"은 8번 트랙이다. 재킷에 실린 John Robb의 평론에 의하면 "음울한 멜랑콜리와 강한 낙관론의 기괴한 혼합, 이 앨범을 관통하는 순수한 조울증, 이것이 로지즈가 최선을 다할 때 보여주는 경지"라고 이 곡을 설명해놓았다. 뭐랄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가슴 속에서 해일과 화산이 함께 거듭 폭발하고 있었던 89년의 내 사춘기 생각이 나는데, 놀랍게도 이 앨범의 출시가 89년 4월이었다. "1989년 4월에는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동유럽은 혁명 중이었고, 폭동의 기미가 돌고 있었으며, 탐욕의 80년대가 끝나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