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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Buckley 요절한 제프 버클리의 아버지, 요절한 팀 버클리
저 가늘게 뜬 눈의 황홀 잘 익은 살구 알처럼 눈높이에 떠 있었던 저물녘의 태양은, 터뜨리면 흘러나올 듯한 무게감을 늘어뜨리며 천천히 마천루 뒤로 사라져갔다. 그 광경을 함께 보면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석양을 본 지 만 33년 하고도 절반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내 눈꺼풀 속에서 보고 있는 이것은, 2년 하고도 절반이 지난, 마지막 석양의 꿈. 오래된 어제의 석양이지만, 어제의 석양도, 내일의 석양도, 내게는 매양 오늘의 석양만 같다. 해가 나지 않는 흐린 날이나 지난여름처럼 내내 비가 퍼붓던 계절에도, 어제의 석양이나, 내일의 석양이나, 내게는 매양 오늘의 석양만 같아서, 두 눈 속 저녁의 노을빛은 어떤 떠남을 암시한다. 떠남의 가장 떠남다운, 모든 떠남의 궁극적인 떠남을. 처음 석양..
실비아 수수께끼 실비아 수수께끼 이진희 실비아 실비아이기도 하고 실비아가 아니기도 한 모든 실비아 혹은 어떤 특별한 실비아 이기적이고 싶은 실비아 착하구나 장하다 칭찬받고 싶은 실비아 날마다 자기를 부정하는 실비아 그래서 자신을 어느 날은 소녀라고 어느 날은 소년이라고 틀림없이 믿는 실비아 어느 날은 아무 것도 아닌 먼지였다가 쓰레기였다가 어느 날은 전능하기 짝이 없는 실비아가 되고 싶은 실비아 죽도록 살고 싶은 실비아 그래서 사는 게 헌신짝 같은 실비아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하는 아름다운 실비아 새카맣게 응혈진 피의 매듭*을 끊어버릴까 말까 고민하는, 고민을 커피처럼 즐기는 실비아 시를 쓰고 싶지만 훌륭한 시를 쓰고 싶지만 쓰고 싶은 시를 쓰지 못하는 실비아 쓰고 싶은 시가 어떤 건지 모르는 실비아 다만 쪼글쪼글 늙어가..
작란 낭독회 또 재공지 역시 by 재간둥이 오은
작란 낭독회 재공지 by 오은
작란 첫번째 낭독회
시인 스머프의 몽롱한 눈동자 그리고 중세 회화의 인물 포즈에 자주 보이는 우아한 발의 배치, 가볍게 흔들리는 펜대와 섬세하게 뻗친 새끼손가락
유토피아에서 아나키로 기획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시인에게 시 쓰기 자체가 실천일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개성이 다양한 만큼 실천의 모습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 특집에서 이 다양한 시 쓰기로서의 실천이 시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왜 그렇게 다양하게 나타나는지를 여러 평론가와 시인의 시각을 통해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기획의도에 대한 나의 해석이 이 글의 성격을 규정지을 것이었다. 1. ‘실천’은 무슨 뜻인가? 2. 1.의 의미와 관련하여 ‘다양한 시 쓰기로서의 실천’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3. 2의 ‘다양한 시 쓰기로서의 실천’이 성립 가능한 구문이라면, 그것이 ‘시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가능한가? ‘왜 그렇게 다양하게 나타나는지’라는 의문은 타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