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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emory of the twisted days - The Tea Party 20세기 만세!
<문학동네> 2012년 여름호 1. 특집은 “잃어버린 ‘미래’를 사유하기”. 2. 젊은 작가 특집은 김성중. 그녀의 자전 소설 「꼭 한 방울의 죄」는 읽다가 울컥거리게 만든 좋은 글이다. 이렇게 자기 얘기를 예외적으로 쓰는 지면에서 솔직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 사실 그녀의 매력은 이 솔직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태용의 작가초상도 김성중의 자전소설만큼이나 솔직해서 읽는 맛이 쏠쏠했다. 3. 이번 계절에 실린 단편소설들 중에서 읽을 만했던 것은 이만교의 「마술의 집」과 이상우의 「비치」. 또 한 번 이상우의 독특한 번역 화법 탓에 거론하게 되었는데, 신인상 수상작인 「중추완월」에서 그랬듯이, 이번 작품도 공들여 쓴 문체(다소 하드보일드 하고 번역체에 가까운)의 기묘한 완전주의 같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의 소설은..
Bach - Prelude BWV 997 Played On Lute-Harpsichord Robert Hill의 연주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첫 번째 영상은 러시아 연주자의 것인데, 러시아 무도곡 느낌이 나는 것은 편견 때문일까.
논리와 착란 서평) 함기석, 오렌지 기하학, 문학동네, 2012 논리와 착란 과학적 공리의 성립은 종종 개념의 비약에 따라 출현한다. 줄리언 제인스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완성한 현대 물리학 공리들의 단초들은 대개 그가 아침에 면도하는 동안 떠올린 것인데, 그런 일이 왕왕 있었기 때문에 그는 갑작스런 아이디어의 출현에 놀라 베이지 않도록 면도날을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새뮤얼 구테풀란과 마틴 탬니는 그들이 공동 저술한 논리학 서론에 논리규칙을 건너뛰는 개념의 비약에 관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어느 날 아침 E(아인슈타인) 교수는 우유(milk)를 정사각형(squere)의 시리얼(cereal) 그릇에 따르다가 문득 E=mc²이 떠올랐다. 실제 사유의 ‘흐름’은 아마 ‘우유(milk)하고...
도리 없이 허연, 『내가 원하는 천사』(문학과지성사, 2012) 서평 도리 없이 정한아 첫 번째 시집 불온한 검은 피가 나왔을 때 그는 삶의 배경에 드리워진 죽음의 냄새를 쫓으며 실존철학을 읽고 있는 ‘젊은 시인’이었고, 13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상자했을 때, 그는 삶을 위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용서할 길 없어 밤에 마주친 도둑 고양이의 두 눈을 보며 추하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는 ‘범인(凡人)’이 되어 있었으되 하나의 ‘법’이 되고자 했다. 세 번째 시집은 이 ‘범인’의, 잃어버렸으나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지층을 계속 곱씹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장기는 후회다. “혼자 아프니까 서럽다”는 낡은 문자를 받고, 남은 술을 벌컥이다가 덜 자란 개들의 주검이 널려 있는 추적추적한 거..
부피에 비해 가볍고 따뜻하고 날개가 달린 것. 대개는 날 수 있지만 날지 못하거나 날지 않거나 날기를 의도적으로 중지할 수 있다. ‘나비’가 나풀거리는 영혼의 이름이라면 ‘새’는 힘과 방향이 배가된 형태의 영혼을 이른다. 아무리 작은 새라도 가장 큰 나비보다 훨씬 빠르고 강인한데, 그것은 유약한 아름다움보다 추진력 있는 상승을 선호하는 가볍고 단단한 정신의 뼈 때문이다. ‘V’자 형태의 가슴 뼈는 공교롭게도 새총의 기본 골격과 동일하다. 충분히 단단하다면 죽은 새의 가슴 뼈는 다른 새를 잡는 데 쓰일 수 있다. 혹은, 틈만 나면 날아오르려고 하는 모든 고집스러운 것. ‘어느새’ 같은 것은 너무 빨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막 배달된 편지의 봉투를 뜯어 편지지를 펼치면 접혀 있던 부분이 가벼운 뼈의 관절처..
이우성,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문학과지성사, 2012) 가벼운 공간 가장 가까운 벼랑과 손 떨어지는 손은 손을 잡고 잡은 손은 다짐의 일부처럼 깊이, 흐른다 나는 거의 오래되었지만 조용히 벽으로 이루어졌다 듣지 못한 소리는 태어나지 않은 부분에 관한 것 내미는 손을 자꾸 삼키며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다는 와 있고 두드린다 두드린다 풍선과 나와 표정과 방 손을 잡고 손을 잡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 내 비밀이 걸려 있고 흙에서 살냄새가 나겠지 (50) 이우성 금요일 밤인데 외롭지가 않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집에 있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줄넘기를 하러 갈까 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다시 띄우는 순간엔 왠지 더 잘생겨지는 것 같다 얼굴은 이만하면 됐지만 어제는 애인이 떠났다 나는 원래 애인이 별로 안 좋았는데 싫은 티는 안 냈다 애인이 없으면 잘못 사..
이현승, <친애하는 사물들>(문학동네, 2012) 해설) 거기 수심이 얼마나 됩니까 이현승 시집 친애하는 사물들 해설 거기 수심이 얼마나 됩니까? 정한아 당신이 비로소 자발적으로 혼자일 때 당신에게 당신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잠수정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이것을 타고 어디까지 내려가고 싶을까? 실제로 돌고래 모양으로 생긴 레포츠 용도의 일인용 잠수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은 잠수가 목적이 아니라 수면 바로 아래에서 달리거나 수면 위로 뛰어오르거나 뛰어올라 한 바퀴 돌기 위한 것이다. 잠수란 무릇 수면 아래로 깊이 깊이 침잠하는 일. 레포츠용 돌고래 잠수정이 유희를 위한 것이라면, 이현승의 일인용 잠수정은 명상과 사색으로 당신을 유도하여 당신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도록 한다. 그러나 이 명상과 사색은 위안을 주어 당장의 양심을 편안하게 하거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