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공간
가장 가까운 벼랑과 손
떨어지는 손은 손을 잡고 잡은 손은
다짐의 일부처럼
깊이,
흐른다
나는 거의 오래되었지만
조용히
벽으로 이루어졌다
듣지 못한 소리는 태어나지 않은 부분에 관한 것
내미는 손을 자꾸 삼키며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다는 와 있고
두드린다
두드린다
풍선과 나와 표정과 방
손을 잡고 손을 잡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 내 비밀이 걸려 있고
흙에서 살냄새가 나겠지
(50)
이우성
금요일 밤인데 외롭지가 않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집에 있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줄넘기를 하러 갈까
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다시 띄우는 순간엔 왠지 더 잘생겨지는 것 같다
얼굴은 이만하면 됐지만 어제는 애인이 떠났다
나는 원래 애인이 별로 안 좋았는데 싫은 티는 안 냈다
애인이 없으면 잘못 사는 것 같다
야한 동영상을 다운 받는 동안 시를 쓴다
불경한 마음이 자꾸 앞선다 근데 왜 내가 뭐
그래도 서른 한 살인데
머릿속에선 이렇게 되뇌지만 나는 인정 못 하겠다
열 시도 안 됐는데 야동을 본다
금방 끈다
그래도 서른 한 살인데
침대에 눕는다
잔다 잔다 잔다
책을 읽다가 다시 모니터 앞으로 온다
그래도 시인인데
애인이랑 통화하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애인이랑 모텔 가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야동 보느라 회사 가느라 못 쓴 시는 써야지
만두 먹어라 어른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행히 오늘은 바지를 입고 있다
(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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