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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누덕누덕



-한동안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았더니 어떻게 생각을 하는 건지 잊어버렸다.
한동안 일기라는 걸 적지 않았더니 어떻게 고백하는 건지도 잊어버렸다.
글이 허구라는 아이디어를 더 강하게 받아들였다면 나는 소설을 쓸 수도 있었을까?
솔직하게 써도 언제나 거짓말이 된다. 그러니,
애써 거짓말을 하는 것은 위대할 수도, 쉬울 수도 있겠다.

생각도 쓰기도 하물며 감사하는 마음도 연습이 필요한데
연습은 언제나 실전처럼 해야 한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그러니까, 뭐가 뭔지 모르게 그저 열심히 하라는 거겠지. 중요한 건 연속성이 아닐까?
몸이 느끼는 감각 같은 것 말이다.
그렇다고 "맘만 먹으면 넌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날마다 기획과 실행을 연습시키는 신자유주의 처세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무엇보다 목적이 다르니까), 생활에 있어서건 예술에 있어서건 자기가 선택받은 소수라고 생각하고 '나머지'를 동정하는 것은 정말로 역겹다.  


-동생이 몇 년 전에 그린 북극곰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개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생 마음 속의 곰이 개가 되지는 않는다.
"세계는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말만큼 무서운 게 몇 가지나 있을까. "내가 보는 세계야말로 진리야"만큼이나 무섭다.  

-무미건조의 시간을 기다리는 건지 무미건조를 견딜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건지 헛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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