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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숭례문과 남대문

숭례문 화재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경각심과 동시에 모방 범죄들을 불러온 듯싶다. 그것은 TV를 통해 방영되는 충격적인 화면의 아찔한 (초)현실감이 어쩔 수 없이 불러들이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소문, 소문의 무시간적 확산은 즉각적인 (초)현실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는 개인의 규율과, 규율을 무시하고 무질서로 나아가고자 하는 가없는 욕망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다.

숭례문의 '추모자들'은 '물리적으로 체화된 역사'의 죽음을 애도했을 뿐 아니라 마치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를 찾는 사람들처럼 공포와 연민을 함께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무엇에 대한 테러였던가? 그것은 테러였던가? 테러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랜드마크 남대문


일차적으로 그것은 '국가적 자존심'에 대한 위협으로 정의되었다. SBS 8시 뉴스에서는 숭례문 붕괴 이후 '자존심을 복원하자' 캠패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언제 남대문을 숭례문이라 불렀던가? 누군가 화재 이전에 '숭례문 앞에서 만나자'고 전화를 걸어왔다면, 나는 즉시 '남대문 말이지?'라고 정정하고 확인했을 것이다. 타고 난 뒤에 '국보1호'라는 수식어와 함께 '숭례문'이라는 위엄 있는 이름으로 거듭난 그것은 '애초에 접근하기 어려웠으며 계속 그랬어야 할' 국가적 기표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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