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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아저씨는 파업 중

며칠 전 연구실을 나서던 밤 11시, 파업 중인 외솔관 경비 아저씨가 6층 연구실 옆 계단 복도에 놓인 쓰레기통을 가만히 치우고 계신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을 이 아저씨가 "아이구, 오늘 나오셨어요?" 하는 동시에 나는 "아니, 오늘 나오셨네요?" 하고 둘이 웃고는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데, 아, 아저씨는 왜 이 무임금의 밤에 나오셔서 '살짝이 아무도 모르게' 쓰레기통을 치우고 계시는 건가, 가슴이 아프다. 그러고 보니 청소/경비 노조 파업이 보름이 넘어갔는데 학교에 나와 보면 넘치는 휴지통 하나 없다. 이래서야 파업이 파업답게 될 수 있을까...하다가 아저씨의 집이나 다름없을 외솔관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그의 저임금-무임금의 밤 시간을 생각하고, 이러한데, 나란 놈은 공부가 놀이였으면, 하고 상상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

갈 길은 너무나 멀고, 마음들은 사방에서 왔다 간 흔적들을 돌멩이처럼 사방에 깔아놓고 있고, 내가 내 공부를, 아저씨가 외솔관 구석구석을 대하는 것 만큼이나 사랑하고 있는가 생각하다가 나는 그만 죄스러워지고 말았다. 내 책상은 나의 치욕. 내 책상은 나의 죄악의 무덤. 어떻게 하면 이 무덤에 향기로운 꽃이 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