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44) 썸네일형 리스트형 1999년 그해 여름, 대기에는 물기가 가득했으며, 나는 조증 상태로 살짝 맛이 가 있었다. 와 트라이포트 페스티벌로 상사병을 달래다. OST 중 백미는 마돈나의 "Beautiful Stranger".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그녀의 아내가 되고 싶어진다. 마돈나의 섹스어필은 성별을 초월하나보다. 동지에게 화답함 죽은 예언자의 거리 무엇이라 말할까 만남이라는 기막힌 우연과 그 섬뜩함에 대하여 마주치자마자 내 골수에 자기의 촉수를 담그는 얼굴들과 그 배경에 관하여 그 가지각색의 각개격파를 차별 없이 기적이라 부르는 순진한 이상주의에 대하여 그 상처 없는 잔혹한 천진난만에 대하여 어느날 두 사람이 만나 한 사람을 낳고 모두 사라지는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인 생리 어느날 두 사람이 만나 한 사람을 죽이고 손을 씻는 말할 수 없이 공공연한 심리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나 세계가 비로소 시작되리라던 말할 수 없이 아스라한 예언) 이 거리의 이정표는 이제 아는 것들만 알려준다 이미 와 있는 것들의 끔찍한 소용돌이 (열린시학, 2007, 봄) 서태지 15주년 유감 우리 세대는 서태지를 빼고는 10대를 기억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그때 한창 메탈리카에 미쳐 있었기 때문에 서태지를 성실하게 듣는 팬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는 반항적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음악적 메시지는 지나치게 건전했달까. (하긴 메탈리카도 'One' 같은 反戰 대곡을 발표하고 있었지만) ‘발해를 꿈꾸며’ 같은 것은 (특히 비둘기 CG가 엄청 등장하는 뮤직비디오) 끔찍했고 ‘Come Back Home'은 좋아했지만, 이 곡을 듣고 집에 돌아온 가출 청소년 뉴스를 보고 나자 미디어가 서태지를 자기들 식으로 좋아하고 있으며 서태지가 머지않아 미디어의 그러한 음험한 의도의 망 속으로 무력하게 편입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문화 대통령’ 운운하는 그에 대한 신화화도 못마땅했다. 그러니까, .. 정동, 그리고 多衆의 도덕 * ‘카우치-마우스 포테이토’의 피로 여기에 일을 마치고 온 한 사람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케이블 TV를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녀는 피곤하고 온통 나른한 느낌에 사로잡혀 자신의 노동에 지친 심신을 환기시키기 위해 채널을 돌리고 있다. 온갖 종류의 채널들이 그/녀의 눈을 스쳐 지나가다가 마침내 그럴 듯한 영화 한 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 속에는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보고서에 대한 상념으로 가득 차 있다. 정신의 한 부분은 자신의 노동에,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은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환기에의 요구로 몹시 피로하다. 그러나 그/녀는 리모트콘트롤러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여기에서 리모트콘트롤러는 더 이상 TV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가까이 있는 그/녀를 통제한다.) 피곤.. 시와/의 죽음-미지수 X의 부재증명, 가눌 수 없는 체념의 층위 철학의 고백 총알이 빗발치던 1차 세계대전의 참호 안에서 비트겐슈타인이 써내려간 노트는 1921년, 자신의 유일한 생전 출판물로 완성된다. 그가 뽑아낸 군더더기 없는 철학적 명제들은 언어와 세계의 관계에 대한 천착의 결과물로, 이는 언어적 전회라 불릴 만큼 정통철학의 문제를 언어의 문제로 날카롭게 포착한 것이었다. 그 일단은 다음과 같이 명제화된다. “철학은 말할 수 있는 것을 명료하게 묘사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좌우간 생각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명료하게 생각될 수 있다. 언표될 수 있는 모든 것은 명료하게 언표될 수 있다.” 이런 ‘말에 대한 믿음’은 근대 이전의 철학사 전체가 증명하고 있는바, 모든 철학은 말로 표현되기 전까지는 언제나 공상의 .. 신(神) 없는 세계에서의 고행 지하생활자의 수기 상세보기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문예출판사 펴냄 러시아 대문호의 긴 독백형식으로 쓰여진 작품. 삶에 대한 은폐된 불안과 은밀한 증오에 시달리며 철저히 고립된 곳에 도피처를 마련한 주인공이 초라하고 고독한 공간에서 바깥세상의 모든 가치있는 것을 부정하며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모습을 담았다. 문화청첩장)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이동현 옮김, 문예출판사, 1998(1864)) 골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다음날 해야 할 일도 잊어버리고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들이는가 하면 온갖 토론방을 드나들며 독설을 퍼붓는다. ‘세상은 너무나 한심한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저 한심한 오랑우탄들이 나를 진작 알아보았다면! 내가 여.. 빽투더퓨처 라디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던 노래였는데 제목을 모르고 있다가 도입부의 가사를 구글에 돌려 제목을 알아냈다. 듣고 있으면 20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반갑고 끔찍하다. 누덕누덕 -한동안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았더니 어떻게 생각을 하는 건지 잊어버렸다. 한동안 일기라는 걸 적지 않았더니 어떻게 고백하는 건지도 잊어버렸다. 글이 허구라는 아이디어를 더 강하게 받아들였다면 나는 소설을 쓸 수도 있었을까? 솔직하게 써도 언제나 거짓말이 된다. 그러니, 애써 거짓말을 하는 것은 위대할 수도, 쉬울 수도 있겠다. 생각도 쓰기도 하물며 감사하는 마음도 연습이 필요한데 연습은 언제나 실전처럼 해야 한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그러니까, 뭐가 뭔지 모르게 그저 열심히 하라는 거겠지. 중요한 건 연속성이 아닐까? 몸이 느끼는 감각 같은 것 말이다. 그렇다고 "맘만 먹으면 넌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날마다 기획과 실행을 연습시키는 신자유주의 처세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무엇보다.. 이전 1 ··· 27 28 29 30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