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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직 미칠 수 있는 정신을 위하여―페스티벌, 기술, 광팬 오, 디오니소스와 그 신도들 한국은 정말 락 페스티벌과는 인연이 없는 것일까? 1999년,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내한한다는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에 3박 4일의 일정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던 좀 ‘놀 줄 아는’ 음악 애호가들의 모처럼의 기대가 빗물에 휩쓸려갔던 데다, 이름을 살짝 바꾼 올해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마저 폭우 속에서 치러졌다는 가공할 노릇을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좁은 반도는 비바람의 여신에게 저주를 받았는가, 아니면 관능적인 물속에서 지랄할 수 있도록 디오니소스의 은총을 받았는가? 사실상 ’99년, 우리는 후지 락 페스티벌을 위해 몸소 동북아에 오신 비싼 밴드들이 ‘몸 좀 푸는 셈’ 치고 트라이포트를 방문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지덕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진흙 펄의 다이브를 감행했었더랬다...
1. 잡채의 시대, 서정과 분노는 어디로 향하는가? 2004년,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이 한꺼번에 출시되었던 것에 자극이라도 받았던 듯, 2005년에는 락 뮤지션들이 대거 신보를 내놓았더랬다. ‘천재 소년’ 벡(Beck), 사상 최초 카툰 밴드 고릴라즈(Gorillaz), 영국 모던락의 선두주자 콜드플레이(Coldplay), 사운드가든(Soundgarden)이 해체되자 솔로로 나섰다 스테인드(Staind)를 결성하고 또다시 레이지어겐스트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이하 RATM)와 합체한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 신세대 과격 밴드 시스템오브다운(System of a Down)까지, 주목받던 신예들이 신보 발매에 가세한 것이다. 이중적인 음악, 이중적인 마음 : 벡 독보적으로 대중성..
‘I scream'과 늑대-이것은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시선29) 상세보기 이현승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1996년 「전남일보」신춘문예, 2002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현승 첫 시집. 총 3부로 나누어 담은 이번 시집에서 끝을 알기에 약해지는 이가 아니라 그로써 그 끝의 다음으로 향하는, 무엇보다 머리가 아닌 손과 발이 분주하고 바쁜 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극과 극은 원으로 하나 되기에, 시인은 삶이란 걸 무상으로 포장하는 듯 보이나 성실함, 매번 그 포장지를 새로 사들이고 정성들여 가위질한 뒤 리본을 서평) 이현승, (랜덤하우스, 2007) 이현승의 를 읽으면 누구나 ‘아이스크림’과 ‘늑대’에 관해, 시집에 만연한 ‘식사’와 ‘식탁’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것은 “타자들의 소멸로 잠시 발광하는 생명의 식탁..
도덕적 현실주의라는 어려운 중용의 길 성스러운 테러 상세보기 테리 이글턴 지음 | 생각의나무 펴냄 서구 문명사를 아우르며 테러의 의미와 맥락을 추적하다 는 서구 문명사에 스며있는 테러의 계보학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시즘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은 신화와 프로이트, 니체와 서구의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서구 문명사에서의 테러를 고찰하면서 9ㆍ11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테러가 단지 비이성적인 행동이 아님을 명시하면서, 인문학적으 서평) 테리 이글턴, 『성스러운 테러』(서정은 옮김, 생각의 나무, 2007) 이글턴의 『성스러운 테러』가 자국에서 출간된 지 2년 만에 번역되었다. 9.11 이후 서구 사상가들은 테러의 충격과 그 후속적인 영향을 설명할 적절한 용어와 개념에 대해 골몰해왔으며, 이..
만우절 문과대 독서실 옆문으로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으려니 교복 입은 신입생들이 모여들어 불량 고등학생처럼 침을 찍찍 뱉어가며 담배를 빤다. 예비군 훈련을 받고 온 예비군처럼 교복을 입은 대학생들은 대번 자기가 '고딩'일 적에 얼마나 불량했던가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물론 거개가 뻥이다. 그들의 무용담처럼 '야생마'로 살았더라면 여기서 이렇게 날라리인 척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각 학교의 교복들은 '쌔삥'처럼 날을 잘 세웠고 머리는 염색을 했거나 펑키하다. 여학생들은 스커트를 급히 줄여 입은 티가 난다. 남학생들은 모델처럼 날렵해 보이려 가슴을 펴고 연신 어깨를 털고 있다. 아무리 날라리인 척해도 어딘가 '무심한 듯 시크하게' 보여야 한다. '진짜 날라리 고딩'의 생짜의 감정 같은 것이 있을 리가, 물론 없..
거듭 도착하는 편지 Your Horoscope for MARCH 06, 2008 A loved one might be away on a short journey of some kind, Orintorinco, leaving you feeling lonely and a bit down in the dumps. The only way to get around this kind of gloom is to keep yourself busy. Read, or visit a neighbor. If you've been thinking of trying your hand at writing this is the day to give it a try. Keep your mind busy and you'll find that your fr..
수도사와 짐승 사이 適度를 지키는 일이 가장 어렵다; 들끓는 욕망과 무기력 사이에서, 그러나 '그럭저럭 어중간하게' 사는 것이 아니면서 적도에 부합하는 삶을 영위한다는 것, 거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면, 자신의 모든 행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ㅊㅁ형이 미얀마 스님에게서 얻은 깨달음도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는 우리들'에 대한 일침과 다르지 않았겠지; 그는 매일 아침 심오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 갔지만, 스님은 이런 질문들을 던졌을 따름이었다. "자네는 오늘 아침 방문을 나설 때 문고리를 오른손으로 잡았는가, 왼손으로 잡았는가?" 말하자면, 우리가 '무의식적 행위'라 지칭하는 것을 최대한 의식의 층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 동시에 우리의 무의식적 행위들이 실은 우리 삶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면서 ..
숭례문과 남대문 숭례문 화재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경각심과 동시에 모방 범죄들을 불러온 듯싶다. 그것은 TV를 통해 방영되는 충격적인 화면의 아찔한 (초)현실감이 어쩔 수 없이 불러들이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소문, 소문의 무시간적 확산은 즉각적인 (초)현실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이는 개인의 규율과, 규율을 무시하고 무질서로 나아가고자 하는 가없는 욕망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이다. 숭례문의 '추모자들'은 '물리적으로 체화된 역사'의 죽음을 애도했을 뿐 아니라 마치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를 찾는 사람들처럼 공포와 연민을 함께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무엇에 대한 테러였던가? 그것은 테러였던가? 테러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그것은 '국가적 자존심'에 대한 위협으로 정의되었다. SBS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