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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na Apple, Criminal 피오나 애플의 데뷔곡이자 첫번째 히트곡. 무려 11년 전. 목소리만 들은 사람들은 그녀가 30대 중반 이상의 골초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녀는 열 아홉 살이었다. 첫 앨범에 실린 그 모든 다크한 곡들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적목현상이 참 효과적;
교련 시간-이영주 교련 시간 이영주 네가 학교 옥상에서 미끄러지는 순간을 뭐라 불러야 할까 붕대를 둘둘 말고 교련 시간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을 구하는 법을 배운다 『이방인』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너는 딱 한 페이지만 읽었다 창가 맨 뒤에 앉아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의 귀퉁이를 칼날로 도려냈다 쌍둥이의 청바지는 언제나 고급스럽군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동생의 허리춤에 손을 넣고 웃었다 태양 때문에 누굴 죽이지는 않겠어 코를 킁킁거리던 쌍둥이는 한 군데서 달라진 자신들의 얼굴을 마주보고 침을 뱉었다 붕대를 감는 시간보다 푸는 시간이 더 빨랐던 너, 책상 밑으로 기어가 바닥에 이마를 쿵쿵 찧던 너는 『이방인』의 살인 이후 장면은 궁금하지 않았다 붉은 물을 들이마시며 담장의 나무들이 똑같은 표정으로 창문을 긁었다 시범을 보이려 ..
폐허의 섬 파르티타-이승원 폐허의 섬 파르티타 이승원 건물의 사체가 먼지를 머금고 아직 직립해 있을 때 썩지 않는 생선 꼬리를 맡으며 나는 누구의 이름을 생각해냈던가 인공물이 자연에 근접하며 낡아간다 지워지고 흔들리며 지붕은 속살이 드러나 그곳에선 빤히 혼자라는 게 허기처럼 떠오르고 태양계를 벗어나는 탐사선처럼 깊은 수심 속으로 내려가는 죽음을 상상한다 살마다 녹슨 새장은 스스로를 속박한다 들떠 일어난 천장의 페인트가 나방처럼 날개를 젓고 버려진 스패너들 검어진다 네 얼굴처럼 묽게 칠한 그의 아랫도리가 가리고 있는 두 개의 흐린 눈은 언제를 기억해내려 했던가 해가 흘린 피를 유리창이 반사한다 광택을 잃은 구층 아파트의 허물어지는 베란다 느리게 몸을 열고 거품을 무는 바다에서 새가 제 흰색을 공중에 그린다 짙은 물이 고인 거대한 욕..
M62 언젠가 화성소년이 내게 물었지 -하늘에는 별들이 가득한데 왜 어두운지 아세요? 이유를 분명 말해준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 잘 살고 있니? 별들은 언제나 폭발하며 태어난다 (인간처럼 더러운 게 별이었을 리가 없어)
2. 아직 미칠 수 있는 정신을 위하여―페스티벌, 기술, 광팬 오, 디오니소스와 그 신도들 한국은 정말 락 페스티벌과는 인연이 없는 것일까? 1999년,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내한한다는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에 3박 4일의 일정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던 좀 ‘놀 줄 아는’ 음악 애호가들의 모처럼의 기대가 빗물에 휩쓸려갔던 데다, 이름을 살짝 바꾼 올해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마저 폭우 속에서 치러졌다는 가공할 노릇을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좁은 반도는 비바람의 여신에게 저주를 받았는가, 아니면 관능적인 물속에서 지랄할 수 있도록 디오니소스의 은총을 받았는가? 사실상 ’99년, 우리는 후지 락 페스티벌을 위해 몸소 동북아에 오신 비싼 밴드들이 ‘몸 좀 푸는 셈’ 치고 트라이포트를 방문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지덕지하는 마음가짐으로 진흙 펄의 다이브를 감행했었더랬다...
1. 잡채의 시대, 서정과 분노는 어디로 향하는가? 2004년,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이 한꺼번에 출시되었던 것에 자극이라도 받았던 듯, 2005년에는 락 뮤지션들이 대거 신보를 내놓았더랬다. ‘천재 소년’ 벡(Beck), 사상 최초 카툰 밴드 고릴라즈(Gorillaz), 영국 모던락의 선두주자 콜드플레이(Coldplay), 사운드가든(Soundgarden)이 해체되자 솔로로 나섰다 스테인드(Staind)를 결성하고 또다시 레이지어겐스트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이하 RATM)와 합체한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 신세대 과격 밴드 시스템오브다운(System of a Down)까지, 주목받던 신예들이 신보 발매에 가세한 것이다. 이중적인 음악, 이중적인 마음 : 벡 독보적으로 대중성..
‘I scream'과 늑대-이것은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시선29) 상세보기 이현승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1996년 「전남일보」신춘문예, 2002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현승 첫 시집. 총 3부로 나누어 담은 이번 시집에서 끝을 알기에 약해지는 이가 아니라 그로써 그 끝의 다음으로 향하는, 무엇보다 머리가 아닌 손과 발이 분주하고 바쁜 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극과 극은 원으로 하나 되기에, 시인은 삶이란 걸 무상으로 포장하는 듯 보이나 성실함, 매번 그 포장지를 새로 사들이고 정성들여 가위질한 뒤 리본을 서평) 이현승, (랜덤하우스, 2007) 이현승의 를 읽으면 누구나 ‘아이스크림’과 ‘늑대’에 관해, 시집에 만연한 ‘식사’와 ‘식탁’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것은 “타자들의 소멸로 잠시 발광하는 생명의 식탁..
도덕적 현실주의라는 어려운 중용의 길 성스러운 테러 상세보기 테리 이글턴 지음 | 생각의나무 펴냄 서구 문명사를 아우르며 테러의 의미와 맥락을 추적하다 는 서구 문명사에 스며있는 테러의 계보학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시즘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은 신화와 프로이트, 니체와 서구의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서구 문명사에서의 테러를 고찰하면서 9ㆍ11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테러가 단지 비이성적인 행동이 아님을 명시하면서, 인문학적으 서평) 테리 이글턴, 『성스러운 테러』(서정은 옮김, 생각의 나무, 2007) 이글턴의 『성스러운 테러』가 자국에서 출간된 지 2년 만에 번역되었다. 9.11 이후 서구 사상가들은 테러의 충격과 그 후속적인 영향을 설명할 적절한 용어와 개념에 대해 골몰해왔으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