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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를 거느린 디오게네스 화창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김영승 (세계사, 2008년) 상세보기 "무소유보다 더 찬란한 극빈"으로부터 7년 만이다.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독자인 우리로서는 시집을 통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시 쓰는 것 말고는 별달리 하는 일이 없는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전업 시인 김영승은 지난 시집에서 “나만이 나의 노예”(「G7」)라는 ‘정신의 위대’와 “하긴/전당포에 외투를 맡긴/마르크스의 아내가 무슨 놈의 품위”(「가엾은 아내」)라던 ‘극빈의 위력’ 사이를 “매달려/늙어가는 호박은, 끌려가지는 않는다”(「매달려, 늙어간다」)는 긴장과 자긍심으로 생존해냈다. ‘생존해냈다’. 슬로터다이크의 말처럼 “사회적 삶은 안전한 은신처가 아니라 온갖 위험의 원천이다. 그렇게 되면 태연자약은 생존의 비밀..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병원에서 왼쪽 눈에 박힌 쇠붙이를 뽑아내면서 우리는 화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울 다락방에서 사전을 뜯어 먹으면서 나는 로자 룩셈부르크 여사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가끔 거울을 쳐다보면 내 검은 안대가 훈장처럼 떠올라 경이로운 화염이 혈관을 데우면서 우리들 4월을 되새기게 하지만 지금은 밤 늦도록 다락방에 모여 앉아 펼치는 늙은 학생들 문답강론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물론 하찮은 관형사 하나의 사용법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좀스러움이 새벽길을 닦는 데 얼마나 탄탄한 자갈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참을성 있게 들어줄 수 있는 귀가 열리지 않는 한 4월은 정당하게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만년설을 부수며 전투적으로 일깨우는 새벽은 그 뜨거운 화염으로 근심하는 초목들이 불타고 우리는 검은 억새풀로 아침식탁을 마련해..
풍자와 해탈 사이 차창룡, "고시원은 괜찮아요"(창비, 2008) 차창룡의 신작 시집 "고시원은 괜찮아요"는 풍자와 해탈 사이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라는 앞선 시인의 통찰은, 지금의 말로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해보자면 ‘정치적이거나 냉소적이거나’쯤 되지 않을까. ‘시’와 ‘풍자’라는 말이 일깨우는 예리한 힘은 뚜렷한 몇 가지의 선택지만을 우리에게 제시했던 가시적 폭압의 시절에 아주 잘 어울렸지만, ‘생정치적으로다가’ 우리 삶의 안과 밖을 한 땀 한 땀 오바로크하고 있는 지금-여기에서도 잘만 사용하면 훨씬 더 잘 어울릴 성싶다. 균열이란 균열은 죄다 시침질하고 마는 민활한 문화적 자본주의 세계의 은밀하고 화려한 색색의 실밥들이, 실은 누군가의 피와 땀이며 우리가 봉사세 명목으로 우리도 모르게 자진납세..
The Tea Party, "Temptation" & "Sister Awake"
아시아는 어디에 있는가? : 지역과 세계 사이 Spices는 200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아시아 문화 컨퍼런스의 이름이다. 올해 3회째를 맞아 말레이시아 페낭에 소재한 세인스 말레이시아 대학Universiti of Sains Malaysia에서 8월 7일부터 3일 간 “상품화, 쟁점 그리고 창의적인 문화”라는 제목으로 공식 일정을 진행했다. 아시아라는 광범위한 지리상의 명칭을 문화라는 더 광범위한 학문 명칭과 접목시킬 때 무엇이 출현할 것인가. 이 컨퍼런스는 아직 이런 궁금증에 괄목할 만한 구체적인 지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발표자나 토론자들의 국적은 말레이시아, 부탄, 일본, 한국, 홍콩, 대만, 태국, 미국으로, ‘아시아’를 대표하기에는 너무 적거나 광범위하고, 참가인원은 해당 지역 참관인을 모두 합해도 60명을 넘지 않아 총 11개의 패..
컴컴한 형님들과 달려보는 거야 AMERIKA Refrain: We're all living in America, America is wunderbar. We're all living in America, Amerika, Amerika. Wenn getanzt wird, will ich führen, auch wenn ihr euch alleine dreht, lasst euch ein wenig kontrollieren, Ich zeige euch wie's richtig geht. Wir bilden einen lieben Reigen, die Freiheit spielt auf allen Geigen, Musik kommt aus dem Weißen Haus, Und vor Paris steht Mickey Maus. We're ..
to mistymay 나는 왜 이제서야 내가 니체를 이해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마도, 을 네 번쯤 읽었던 열 다섯 살 이래로, '밝음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 양 극단에 열광했던 것 같아. 아니, 이전에 내가 열광해왔던 것을 비로소 문자의 형태로 만난 느낌이었지. 하지만 그건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니었어. 그 때문에 나는 이 두 세계의 양립을 정말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양 극단 사이를 조울증 환자처럼 오가고 있었던 거야. 이제까지 나는 니체의 수사와 빛나는 금언들에는 감탄하면서 불쾌한 반-정치적 올바름의 언명들에는 주저없이 경멸을 보내고 있었거든. 아마도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중용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중용'이라는 객관적 자리 같은 것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통..
weiv 괜찮은 음악 웹진을 찾았다. 나만 뒷북 치는 건가? 기사 헤드라인 작명도 센스가 넘친다. 아, 뭔가 뒤통수를 냉수 마찰하는 것 같은 시원한 느낌. 우리(누구?)는 아마 생각보단 후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어. we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