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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 context

송재학, "머린호르[馬頭琴]와 낙타가 우는 밤"

내간체를얻다(일반판)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송재학 (문학동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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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린호르[馬頭琴]와 낙타가 우는 밤


  나랑톨 시장에서 노인이 산 마두금의 말머리 장식은 조잡했지만 새끼 잃은 어미 낙타의 울음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노인은 두 개의 현을 누르고 활을 켜보았다 무겁고 두꺼운 음과 찰랑거리는 음이 고오하게 섞이거나 기이하게 솟아오른다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곧 마두금의 밤이다 열 살짜리 나라까의 무덤에도 새끼 낙타가 희생되었다 매년 초원에서 나라까의 무덤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어미 낙타를 데리고 가야 했다 새끼를 기억하는 어미 낙타와 마두금이 우는 곳, 그곳이 나라까를 위해 새끼 낙타가 죽은 곳이다 나라까의 무덤이다 낙타와 나라까 사이에 마두금이 있다면 죽음도 있다 굵은 현이 나라까의 안녕 하는 표정이라면, 가는 손가락 가는 현에서는 나라까의 깔깔 웃음소리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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