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오늘 문득 떠올리다가 이 속담의 주인공에게 자라가 무슨 짓을 했는지 종일 궁금했던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사전을 찾아보니 “고슴도치에게 혼난 범이 밤송이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북한에서 이와 동일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필시 이 속담은 경험을 통한 학습 효과라는 보편성을 전해주는 동시에 큰 범이 자신의 위용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가시 뭉치에 심리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 상태의 자라를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목을 움츠렸다 폈다 하는 것 말고는 자라가 할 수 있는 무슨 놀라운 일을 떠올리기 난감한 것이다. 남편은 자라가 분명 손가락을 물었을 거라고 했지만, 속담은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는다. 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