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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끔찍한 뉴스들이 현저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은 단지 저의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도 대형 참사들은 있었고, 패륜적인 범죄는 저질러지고 있었으며, 전쟁과 테러가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저의 세대 사람들에게, 잔혹함의 여러 유형들이 이토록 종류와 규모에 있어 많고도 다양하게 짧은 기간 동안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적이 없었다는 느낌은 쉽사리 떨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 때문에 가능해진 체감의 차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공중파와 종이 신문만 있었던 시절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미디어의 통로들을 시간의 제약 없이 접하고 있습니다. 알려질 수 없었던 참상들과 그 세부를 이제는 우연히 ..
천년왕국에서 요한계시록을 읽을 때 그러니까, 1991년 늦가을, 아직 종로에 종로서적이 있었을 때였다. 나는 막 고교 2학년 진학을 앞두고 본격적인 문청 행세를 시작하고 있었고, 그에 걸맞은 허세를 완성해줄 책 한 권을 사게 되었다. 한 영문학자가 엮은 『포스트모더니즘과 한국문학: 후기산업사회의 문학적 대응』이라는 이 한 권의 책은, 정말이지 알 듯 모를 듯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등하교 시간의 버스 속에서 여드름투성이 안경잡이 고등학생의 자긍심을 키워주기에는 그만인 제목을 달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저 옛날 고교 비평준화 시절,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1급 문예지였다는 지라든지, 선배들이 교류했던 내로라하는 공립 고등학교 문예반들에서 오랜 세월 보내온 교지들, 70-80년대 문학잡지와 시, 소설 등으로 가득 차 있었던 문예반실 책장..
도덕적 현실주의라는 어려운 중용의 길 성스러운 테러 상세보기 테리 이글턴 지음 | 생각의나무 펴냄 서구 문명사를 아우르며 테러의 의미와 맥락을 추적하다 는 서구 문명사에 스며있는 테러의 계보학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시즘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은 신화와 프로이트, 니체와 서구의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서구 문명사에서의 테러를 고찰하면서 9ㆍ11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테러가 단지 비이성적인 행동이 아님을 명시하면서, 인문학적으 서평) 테리 이글턴, 『성스러운 테러』(서정은 옮김, 생각의 나무, 2007) 이글턴의 『성스러운 테러』가 자국에서 출간된 지 2년 만에 번역되었다. 9.11 이후 서구 사상가들은 테러의 충격과 그 후속적인 영향을 설명할 적절한 용어와 개념에 대해 골몰해왔으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