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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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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Indimina  론 울프* 씨의 혹한 론 울프 씨가 자기 자신을 걸어 나와 불 꺼진 쇼윈도 앞에 서자 처음 보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하나의 입김으로 곧 흩어질 것 같은 그의 영혼. 그러나 이 순간 그는 유일무이한 대기의 조각으로 이 겨울을 견디고 있다. 그의 단벌 외투를 벗겨간 자들에게 그는 반환을 요구할 의사가 없다. 처음부터 외투는 그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 겨울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는 친구가 셋 있었는데 하나는 시인, 하나는 철학자 그리고 자기 자신이었다. 그들은 자존심이라는 팬티만 걸치고 혹한을 견디려는 그의 무모한 결심을 존중해주었지만, 이 존중이 그의 저체온증을 막아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는 스테판에게 말했었다; 저 육각의 눈 결정이 아름답다면, 보이지 않는 내 영혼의 아름..
동지에게 화답함 죽은 예언자의 거리 무엇이라 말할까 만남이라는 기막힌 우연과 그 섬뜩함에 대하여 마주치자마자 내 골수에 자기의 촉수를 담그는 얼굴들과 그 배경에 관하여 그 가지각색의 각개격파를 차별 없이 기적이라 부르는 순진한 이상주의에 대하여 그 상처 없는 잔혹한 천진난만에 대하여 어느날 두 사람이 만나 한 사람을 낳고 모두 사라지는 말할 수 없이 폭력적인 생리 어느날 두 사람이 만나 한 사람을 죽이고 손을 씻는 말할 수 없이 공공연한 심리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나 세계가 비로소 시작되리라던 말할 수 없이 아스라한 예언) 이 거리의 이정표는 이제 아는 것들만 알려준다 이미 와 있는 것들의 끔찍한 소용돌이 (열린시학, 2007,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