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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육체와 공석(空席)인 하느님 김기택의 시집과 황인찬의 시집을 연달아 읽고 있으면 처음에는 육식 동물이었다가 그 다음에 갑자기 초식 동물이 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이 두 시집은 마치 카인과 아벨의 전혀 다른 유일신 숭배 스타일처럼(농부인 카인은 신에게 곡물을, 목동인 아벨은 짐승의 살과 피를 바쳤다) 전혀 다른 존재감의 농후한 냄새를 풍긴다. 이런 비유를 곧장 떠올리는 것은 두 시인 모두 어떤 유형의 신(보편자)적인 것을 암시하거나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음의 유물론: 김기택, 갈라진다 갈라진다(문학과지성사, 2012) 갈라진다 갈라진다 저자 김기택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10-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우리의 현실에서 진정한 삶이 희망과 ... 김기택의 시는 줄곧..
퇴고는 많이 할수록 좋은가; 악마와 함께 하는 항해 처음에 그것은 글이 아니었다. 글이 아닐뿐더러, 말조차도 아니었다. 처음 당신이,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펜을 쥐고 백지 위에 첫 음절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어떤 식으로도 손에 잡힐 수 없는, 파악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의 가슴 한가운데를 툭 치고 지나간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붙잡기 위해, 그 말로는 할 수 없는 어떤 감정과 정서, 생각의 모호한 덩어리의 뒷덜미를 낚아채 당신 곁에 잠시 머물게 하려고 당신이 당신도 모르게 결심했을 때, 당신의 존재가 좀 더 현실적으로 그럴 듯하고 꽤 쓸모 있는 사람 구실을 하도록 하는 여러 유용한 제안들을 뿌리치고 용처와 가치를 알 수 없는 불면의 수고를 자처했을 때, 당신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어떤 항해에 자기의 존재를 맡긴 셈이다. ..
비벡 나라야난, "달에게 바치는 짧은 기도" 달에게 바치는 짧은 기도 비벡 나라야난 달이여, 그대의 에너지가 불안정하다 해도, 나 그대에게 간청하노니, 밤마다 나타나는 환상에서 그를 보호해 주시길, 우리 모두를 보호해 주시길. 영웅과 살인자가 조용히 사라지도록, 우리의 어쩔 수 없는 법규에서. 낮의 해가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가 감사의 컵으로 마실 수 있도록. 우리의 잘못을 기록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도록. 비록 지식의 짐이 무거우나, 우리가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비록 지식의 짐이 무거우나, 우리의 눈을 가린 구름이 걷힐 수 있도록.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기도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 시집 『수브라마니안 선생(Mr. Subramanian)』 수록 시 - 2010년 봄호에서 재인용
대선 멘붕 자가치료: today's pleasure from the favorite musicians start with B 물론 원곡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것이지만 데이브 나바로의 것도 좋다. Venus in Furs의 다양한 버전을 언젠가 올리고 싶지만, 오늘은 귀찮아서 패스. 보다시피 90년대 인기를 구가한 얼터너티브, 그런지, 브릿은 대체로 범생이스럽고 순진하고 귀엽고, 다시 말해 모성애를 자극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러의 초기 대표곡으로 Song 2를 꼽곤 하지만, 블러의 진정한 매력은 사실 음악적으로 사춘기였던 초기보다는 Think Tank 같은 앨범부터 시작이라고 생각. 그즈음 데이브 앨번은 프로젝트 밴드 고릴라즈 활동을 겸하느라 매우 활동적이었는데, 유머러스한 기계음들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상상력 가득한 음악 작업들은 2000년대 초반을 그의 전성시대로 만들어주었다. Crazy Beat 같은, 긴..
in memory of the twisted days - The Tea Party 20세기 만세!
<문학동네> 2012년 여름호 1. 특집은 “잃어버린 ‘미래’를 사유하기”. 2. 젊은 작가 특집은 김성중. 그녀의 자전 소설 「꼭 한 방울의 죄」는 읽다가 울컥거리게 만든 좋은 글이다. 이렇게 자기 얘기를 예외적으로 쓰는 지면에서 솔직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 사실 그녀의 매력은 이 솔직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태용의 작가초상도 김성중의 자전소설만큼이나 솔직해서 읽는 맛이 쏠쏠했다. 3. 이번 계절에 실린 단편소설들 중에서 읽을 만했던 것은 이만교의 「마술의 집」과 이상우의 「비치」. 또 한 번 이상우의 독특한 번역 화법 탓에 거론하게 되었는데, 신인상 수상작인 「중추완월」에서 그랬듯이, 이번 작품도 공들여 쓴 문체(다소 하드보일드 하고 번역체에 가까운)의 기묘한 완전주의 같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의 소설은..
Bach - Prelude BWV 997 Played On Lute-Harpsichord Robert Hill의 연주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첫 번째 영상은 러시아 연주자의 것인데, 러시아 무도곡 느낌이 나는 것은 편견 때문일까.
논리와 착란 서평) 함기석, 오렌지 기하학, 문학동네, 2012 논리와 착란 과학적 공리의 성립은 종종 개념의 비약에 따라 출현한다. 줄리언 제인스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완성한 현대 물리학 공리들의 단초들은 대개 그가 아침에 면도하는 동안 떠올린 것인데, 그런 일이 왕왕 있었기 때문에 그는 갑작스런 아이디어의 출현에 놀라 베이지 않도록 면도날을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새뮤얼 구테풀란과 마틴 탬니는 그들이 공동 저술한 논리학 서론에 논리규칙을 건너뛰는 개념의 비약에 관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어느 날 아침 E(아인슈타인) 교수는 우유(milk)를 정사각형(squere)의 시리얼(cereal) 그릇에 따르다가 문득 E=mc²이 떠올랐다. 실제 사유의 ‘흐름’은 아마 ‘우유(milk)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