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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도덕과종교의두원천 카테고리 미분류 지은이 H.베르그송 (서광사, 1998년) 상세보기 제 1장 도덕적 의무 13. 진보 + 이처럼 자유로워진 영혼에 물질적인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기 바란다. 그 영혼은 장애물을 돌려 놓아야 한다거나 치울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영혼은 장애물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 영혼의 도덕적 확신에 대해 사람들은 그 영혼이 산을 들어올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영혼은 들어올릴 산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걷는 것으로써 운동을 증명하는 철학자는 이와 같이 전진한다. 그의 행위는, 제논이 한 간격 사이의 점들을 하나하나 건너뜀에 있어서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항상 다시 시작해야 하는 무력한 노력에 대한 순진하고도 단순한 부정이었다.(64) + ..
참된 문장 신의반지 카테고리 인문 > 철학 > 서양철학일반 > 서양철학의이해 지은이 페터 슬로터다이크 (돋을새김, 2009년) 상세보기 "진술된 것에 오류의 가능성이 붙어다니는 것은 자유에게 주어지는 지참금 같은 것이다.(...)즉, 참된 문장은 실재적인 상태에서 지엽적으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다-그것은 도대체 자라나는 것이 아니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 안에서 자유로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식되지도 않는다. 문장들이란 오히려 인간에게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이고, 모험적이며, 부자연스러운 것, 사실 언제나 잠재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이다." (167) "만약 확실히 봉해져 인류에게 보내진 서한이 아니라면 예언자란 무엇일까? 그는 종종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문서를 구현하지만, 일단 받아들여진다 해도 최초의 ..
최승호, "02 해체되기 위하여" 아메바(일반판)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최승호 (문학동네, 2011년) 상세보기 02 해체되기 위하여 해체되기 위하여 태어난 존재 중에서 게여, 네가 가장 잘생겼다 02-1 먹히기 위하여 태어난 존재 중에서 멍게여, 네가 가장 멍청해 보인다 02-2 왼손엔 포크, 오른손엔 나이프 우리는 어기적거리며 등심을 먹기 시작한다 썰어 먹고 잘라 먹고 베어 먹고 씹어 먹고 다시 왼손엔 나이프, 오른손엔 포크 02-3 해체된 찌꺼기들의 반죽덩어리 똥! 똥 속에 자식을 키우는 아프리카 쇠똥구리 부부는 금슬이 좋다 02-4 멍게여, 솔직히 너희들이 왜 사는지 모르겠다
송재학, "머린호르[馬頭琴]와 낙타가 우는 밤" 내간체를얻다(일반판)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송재학 (문학동네, 2011년) 상세보기 머린호르[馬頭琴]와 낙타가 우는 밤 나랑톨 시장에서 노인이 산 마두금의 말머리 장식은 조잡했지만 새끼 잃은 어미 낙타의 울음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노인은 두 개의 현을 누르고 활을 켜보았다 무겁고 두꺼운 음과 찰랑거리는 음이 고오하게 섞이거나 기이하게 솟아오른다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곧 마두금의 밤이다 열 살짜리 나라까의 무덤에도 새끼 낙타가 희생되었다 매년 초원에서 나라까의 무덤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어미 낙타를 데리고 가야 했다 새끼를 기억하는 어미 낙타와 마두금이 우는 곳, 그곳이 나라까를 위해 새끼 낙타가 죽은 곳이다 나라까의 무덤이다 낙타와 나라까 사이에 마두금이 있다면 ..
김언희, "벡사시옹(Vexations)" 요즘우울하십니까(일반판)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김언희 (문학동네, 2011년) 상세보기 벡사시옹(Vexations) 1 밥상 위의 파리가 엉겁결에 밥상 위의 파리가 되고 만 것처럼 金 역시 엉겁결에 金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엉겁결에 2 아무도 金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金은 숨었을 것이다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3 목을 맬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金이 물었을 것이다 별생각 없을 거야, 金이 대답했을 것이다 4 金이 입을 열자마자 金은 귀머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金이 귀를 기울이자마자 金은 벙어리가 되었을 것이다 金이 金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황홀경이었을 것이다 5 늘 웃을 곳이 아닌 데서 웃었을 것이다 金은 울 곳이 아닌 데서 울었을 것이다 金의 웃..
이준규, "검은머리방울새" 토마토가익어가는계절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이준규 (문학과지성사, 2010년) 상세보기 검은머리방울새 검은머리방울새는 오리나무숲에 살았다. 이 문장은 무한히 반복해도 좋으리라. 그러니까 검은머리방울새는 오리나무숲에 산다. 검은머리방울새는 쮸잉쮸잉쭈잇쭈잇 울었다. 검은머리방울새는 방울새나 촉새처럼 또륵또륵또륵또르륵또르르륵 울거나 찌리찌찌리찌찌쪼찌리찌 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검은머리방울새는 그냥 쮸잉쮸잉쭈잇쭈잇 울었다. 검은머리방울새가 현실에서 어떤 울음을 운다면 그것은 꿈을 꿀 때뿐이기 때문이다. 검은머리방울새가 침묵할 때는 다른 모든 새들이 침묵할 때와 동일한 침묵을 침묵한다. 침묵을 침묵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은머리방울새는 어느 날 문득 아무것도 아무것과 구분할..
사랑, 최소한의 코뮤니즘 사랑예찬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알랭 바디우 (길(박우정), 2010년) 상세보기 “저처럼 어떤 사랑의 진정한 주체가 사랑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만족이 아니라 커플의 변화라고 인정한다면, 사랑은 이런 의미에서 코뮤니스트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에 대한 가능한 정의 가운데 하나는 바로 ‘최소한의 코뮤니즘’일 것입니다.” (98)
타락; 사랑의 탄생 아담이 신에게 복종하기를 선택했다면, 죄도 없고 법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랬다면, 사랑도 없었을 것이다. - 지젝, 죽은 신을 위하여. 나는 이 말을 '사랑은 타락의 증거이다'로 고쳐 읽었다가 또 다시, '타락의 결과물이다'로 고쳐 읽는다. 까마득한 아담 할아버지의 선악과 먹기가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였는지, 반항 정신 때문이었는지, 혹은 둘 다였는지 모르겠지만, 눈 밝은 타락의 길 이전의 순진무구한 삶이 '행복'의 표상이라면, 타락 이후의 역사는 갈등 없이는 살 수 없는 원수 같은 이웃 사랑의 가시밭길일 테다. 아담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만큼 유약했거나, 신에 맞먹을 만큼 위대해지고 싶은 반항인이었을까. 혹은 지독한 건망증이었을지도. 에덴에 널린 수많은 다른 동물들처럼. 에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