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내가 원하는 천사』(문학과지성사, 2012) 서평 도리 없이 정한아 첫 번째 시집 불온한 검은 피가 나왔을 때 그는 삶의 배경에 드리워진 죽음의 냄새를 쫓으며 실존철학을 읽고 있는 ‘젊은 시인’이었고, 13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상자했을 때, 그는 삶을 위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용서할 길 없어 밤에 마주친 도둑 고양이의 두 눈을 보며 추하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는 ‘범인(凡人)’이 되어 있었으되 하나의 ‘법’이 되고자 했다. 세 번째 시집은 이 ‘범인’의, 잃어버렸으나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지층을 계속 곱씹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장기는 후회다. “혼자 아프니까 서럽다”는 낡은 문자를 받고, 남은 술을 벌컥이다가 덜 자란 개들의 주검이 널려 있는 추적추적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