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주교좌 대성당 지하성전의 스테인드글라스. 지하성전이라고는 해도, 나즈막한 비탈의 아랫부분이라 역시 지상이긴 하다. 7년 만에 다시 나가기 시작한 성당에는 아는 신부님들이 한 분도 없다. 울산 성당에서 내게 신명을 주시고 이 성당 성십자가 수녀원에 계시던 애그니스 수녀님도 몇 년 전 돌아가시고, 아직 겨울, 하느님은 추운 돌집에서 주무신다. 여기서는 가끔 "곧 오소서 임마누엘" 같은 12세기의 노래를 부르는데, 어릴 적 무척 좋아했던 노래다. 아직 오지 않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이집트 식민지 이스라엘의 정서를 반영한다. 예수는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 걸까. 죽고 살아나 돌아간 예수를 또 기다린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희귀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전 건물은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