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into

  • 홈
  • 태그
  • 미디어로그
  • 위치로그
  • 방명록

박순원 1

박순원, 『그런데 그런데』(실천문학, 2013)

나는 한때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정자 하나 난자 하나였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눈도 코도 없었다 나는 겨자씨보다도 작았고 뱀눈보다도 작았다 나는 왜 채송화가 되지 않고 굼벵이가 되지 않고 이런 엄청난 결과가 되었나 나는 한때 군인이었다 군가를 부르며 행진하고 총을 쏘고 일요일이면 축구를 했다 내가 쏜 총알은 모두 빗나갔지만 나는 한때 군인이었다 나는 지금 삼시 세 때 밥을 먹고 코를 골며 잠이 드는 사람이다 물고기도 다람쥐도 이끼도 곰팡이도 척척 살아가는 것 같은데 별일 없는 것 같은데 다들 좋은 한때를 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하고 왜 이렇게 후회가 되는가 겨자씨보다 뱀눈보다 작았던 내가 사람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었던 내가 이렇게 커다..

text & context 2013.04.24
이전
1
다음
더보기
프로필사진

★ orinto

오리너구리의 오두막집

  • 분류 전체보기 (245)
    • 日常 (44)
    • 지난 글 (101)
      • 시 (2)
      • hard (11)
      • tender (38)
      • review (33)
      • 영화와 문학 (1)
      • 시인론 (8)
      • 작품론 (6)
      • 대중음악과 문화 (2)
      • 기타 (0)
    • 음악 (33)
    • yet (0)
    • 단상들 (3)
    • text & context (64)
      • 김지하 (0)

Tag

김춘수, 알랭 바디우, Psychoanalysis, Zizek, 마조히즘, 오에겐자부로, 시, Rock, 들뢰즈, Jacques Derrida, 서평, 작란낭독회, 악, 김지하, 시와 철학, 시론, 시집, 작란, 김수영, 매경춘추,

최근글과 인기글

  • 최근글
  • 인기글

최근댓글

공지사항

페이스북 트위터 플러그인

  • Facebook
  • Twitter

Archives

Calendar

«   2025/06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방문자수Total

  • Today :
  • Yesterday :

Copyright ©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 인디미나
  • 몽상의 殿堂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말씀과 말 씀
  • via media
  • gyuhang.net
  • 정과리의 문신공방
  • morte '_' bleue
  • 정명교 선생님 홈페이지
  • 성공회 성서정과
  • 희망을 위한 직접행동
  • Anarchy Archives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