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알료샤에게 이야기해준 자신의 서사시 「대심문관」을 상호텍스트로 삼고 있는 김춘수의 시 「대심문관」을 다시 상호텍스트로 삼고 있으며, 플라톤의 영혼불멸에 관한 대화, 『국가』 10권의 반향이 조금 스며 있다. 전기적 서술들은 모두 김춘수의 자전소설 『꽃과 여우』를 비롯한 그의 저술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돌아가신 김춘수 선생이 아라뱃길 산책로를 걷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비가 제법 내리다 갠 4월 말의 어느 평일 낮이었다. 업보 경찰의 행정관으로서 내가 하는 일은 대개 많은 사람들의 습관이 기록된 문서들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간단한 조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하지만 래리 플린트의 분신이 미국 대통령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