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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tender

김춘수 가상 인터뷰) 업보 경찰 행정관 나사루의 비망록

*이 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이 알료샤에게 이야기해준 자신의 서사시 대심문관을 상호텍스트로 삼고 있는 김춘수의 시 대심문관을 다시 상호텍스트로 삼고 있으며, 플라톤의 영혼불멸에 관한 대화, 국가10권의 반향이 조금 스며 있다. 전기적 서술들은 모두 김춘수의 자전소설 꽃과 여우를 비롯한 그의 저술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돌아가신 김춘수 선생이 아라뱃길 산책로를 걷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은 비가 제법 내리다 갠 4월 말의 어느 평일 낮이었다. 업보 경찰의 행정관으로서 내가 하는 일은 대개 많은 사람들의 습관이 기록된 문서들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간단한 조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하지만 래리 플린트의 분신이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뒤 도무지 그 이상한 장난을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 감찰관과 심문관 들이 모두 투입되어버린 통에, 할 수 없이 현장 조사를 나가게 되었다.


제보가 들어오면 우선은 무조건 현장에 나가야 한다. 나는 서둘러 그의 사망 전 행적과 그가 남긴 흔적들, 그리고 그에 관한 증언들에 관해 숙지해야만 했다. 그는 강변의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작은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무척 불편해보였다.


- 김춘수 선생 되십니까? 업보 경찰 행정관 나사루입니다. 사후 15년 동안 재림을 금지한다는 에레혼과 이승의 평화협정을 위반한 혐의로 선생님을 모셔가야겠는데요.


- 김춘수... 그렇소. 그게 내 이름이었지요. 군이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니 새삼 다시 그때 그 사람이 되는 것 같군. 되도록 사람 많은 곳은 피하려고 했소만. 누군가 그곳 사람이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군요. 보시다시피 나는 위험인물이 아니요. , 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의자에 용기를 내어 앉아버린 단지 작은 늙은이에 불과하지. 피곤하지만 않았어도 이렇듯 딱딱한 의자에는 앉지 않았을 텐데. 내가 알고 있기로는, 자의가 아니더라도 이 세계에서 누군가 저승 사람을 강렬하게 생각하면 불현 듯 재림하는 수가 있다던데, 내가 그런 경우가 아닐는지 모르겠소만. 그래도 하필 비 오는 날이라니, 유감스럽긴 하군.


- 규정은 알고 계시겠지요? 선생을 소환하는 신호를 받으신 것이 확실합니까? 조사하면 알게 되겠습니다만, 경위를 좀 설명해주시지요?


- 나도 모르겠소. 이건 정말이요. 그건 생전의 내가 어째서 거기 그때 존재했는가 하는 물음에 답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요. 하지만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사라진 나를 추억하기 위해서. 혹은 나는 나의 부재증명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벚꽃은 생각보다 빨리 졌군요. 마음 같아서는 통영 바닷가에, 그도 안 된다면 명일동이라도 가보았으면 싶었는데. 낯익은 것들이 모조리 낯설어졌을까 두려워졌습니다. ‘할 수 있다면 모험을 해보자. 너무 위험하지만 않다면.’ 하는 마음으로 무언가 홀린 듯이 강변을 따라 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모두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요. 사실은,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지금 막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참이오.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잠시 나오고 싶었을까.


- 선생이 위험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생전의 돌출행동들도 그렇게 위험한 일들은 아니었으니까요. , 경찰과 관련해서는, 비록 이승의 일이긴 하지만, 안 좋은 기억이 있으시니까, 그걸 감안해서라도 고압적인 자세는 취하지 않을 겁니다.


- 뭐, 사전 조사가 있었을 테지, 배려해줘서 고맙소만, 나는 이제 세다가야 서에서 당한 굴욕에 관해서는 감정이랄까, 그런 것이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그전에 감방에 계실 때, 선생은 재림한 이쪽 세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셨더군요.


- 그렇소. 내가 이승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그게 모조리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무의식적인 강렬한 신호가 그분들을 불러냈었던 게지요.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일왕을 모욕했다는 혐의를 받은 데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부두에서 하역 일을 하였다는 이유 때문에 배후 인물로 지목 받았더랬소.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고향에서 부친께서 보내주신 두둑한 용돈을 받고 있었으니 고된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은 넉넉했으니까 말이요. 그러나 일종 어떤 부끄러움 같은 것이 있기는 했었지...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지? 어쩌면 내가 유복한 집안에 태어난 것은 그저 선물이 아닐까? 선물을 부끄러워하는 일이야말로 도덕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오만이 아닐까? 역설적인 것은, 나는 바로 그 선물 때문에 굴욕을 당했다는 점이요. 굳이 인과관계를 따지자면, 작은 호기심 때문에 나는 그곳에 있었고, 아주 경미한 과오 때문에 나는 갑자기 정치범이 되어버렸지. 거긴 왜 갔을까... 게다가 나는 육체적 고통에 취약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초보적인 고문도 견뎌내지 못했소. 그들이 원하는 대로 불고 말았지... 감방에서 억세게 살다 돌아간 그분들이 하나씩 나타나 조선 사람은 무정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나는 절망했소. 나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매일 나의 육체에 새기고 있었어요. 배고픔과 추위, 딱딱한 바닥의 냉기를 견디면서 나는 나를 미워했고, 살고 싶었고, 살고 싶어 하는 내가 또 미웠고, 역사를 미워했소.


선생은 잠시 무표정하게 먹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가 간간히 잔기침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편의점 온장고에서 차를 하나 꺼내놓았다. 분위기가 침울해졌으므로, 나는 무슨 이야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선생은 잠시 휴가를 오셨구나. 누가 알아보지만 않는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 그렇다면, 선생은 혼자만의 삶을 갈구하셨던 것은 아닌가요? 태어난 이상 빽빽한 사람들의 그물 속에 들어가게 된다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 그 사실이야말로 나를 일생 동안 괴롭혔던 문제입니다. 나의 행복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소. 그저 하늘을 바라본다든가, 어두운 영화관에서 몸을 숨기고 은막 위의 환상들을 만끽한다든가, 매일 아내가 끓여주는 차 한 잔씩을 마신다든가 하는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무엇보다도 내가 잡아내고 싶었던 크고 작은 모든 존재자들의 존재의 뉘앙스, 그 감각적인 국면들을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희열이었지.


- 그렇다면 어째서 갑작스럽게 정치 따위를 하셨던 겁니까? 그것도 군부 독재 하에서 말입니다. 조사 중 가장 의아하게 여겼던 것입니다만.


- 아, 하하. 그거... 거긴 왜 갔을까.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소만, 나는 그 일을 울며 겨자 먹기로 했습니다. 고문에 굴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대한 권력의, 명령이나 마찬가지인 제안을 뿌리치긴 힘듭디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정치놀음을 했던 것은 아니오. 잠깐 부업을 가진다고 생각했지. 내가 거기서 했던 일이 무엇이었나? 나는 계파에 줄을 서고 공천을 받으려고 눈에 띄는 사람과 밥을 먹고 하는 짓은 하지 않았소. 그건 나를 모욕하는 일이니까. 나는 북한문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문화 정책을 기획하면서 어차피 끌려온 거 뭔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하려 애썼단 말이오. 허나 그 일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나를 역사의 반동이라고 비난하더군. ‘역사라니! 역사가 무엇인지 알고들 하는 소리였을까? 역사란 개인을 짓밟고 지나간 거대한 바퀴자국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런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들릴 것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소. 국회의원직을 수락한 것이 희생이었다는 뉘앙스가 거슬리겠지. 사실 나는 그 일 이후에 커다란 혼란에 빠졌소. 나는 나의 놀이를 그전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말이오. 사람들이 요구하는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락하고서야 성립하는지 믿어지시오?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말이오... 늘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어떤 이들은 사람들이 분노할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 하고, 어떤 이들은 사람들에게 거짓 위안을 선사하려고 하지요. 허나, 나는 그 익명의 요구에 마주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저항을 다 하려고 했소. 왜 나는 나만이 아니고 그것들에 둘러싸여 비로소 나라는 존재로 있게 되는가? 억울하고 창피스러운 일이라는 느낌이 도무지 가시지를 않는 것이오. 그 눈들, 그 눈들이 사방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소. 그러나, 그러므로, , 시만은 나에게 자유를 허용하는 나의 가장 은밀한 놀이이고 구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비판을 사방에서 듣고 보니 억울하긴 하지만, 나는 과연 내게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


- 선생은 너무 소심하십니다. 혹시 어린 시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우주를 개념으로 주무름으로써 세상 전체에 복수하려고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던 어떤 철학자처럼, 선생께서 이후에 쓰신 그 많은 아나키스트들에 관한 시와, 도스토옙스키를 빌려 쓰신 비극적 인물들의 고백은 선생 나름의 세상에 대한 복수이거나 항변이었던 것입니까?


-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소. ‘어떻게보다는 에 관심이 가는 사변적인 기질에다, 그것이 작동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영역인 시라는 공간에서 마음껏 놀게 하던 내 마음 속의 가장 순수한 어린아이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다음에야, 나는 나대로 사람들에게도, 나에게도 무슨 대답이라도 해야 했으니까.


- 하지만 그 대답들은, 대답이라기보다는 질문에 가까워 보이던데요. ‘인간은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가 인생 초반의 질문들이었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해도 좋은가가 정치 개입 이후 의 질문이지 않습니까? 그건, 뭐랄까, 선생 나름의 일종의 윤리적 반성인가요?


- 나사루 군, 군은 많은 것을 누락하고 있습니다. 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나는 시에서와는 달리 말이 많은 사람이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말로 원하고 있는 거요? 감당할 수 있겠소? 나는 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밤을 샐 수도 있소. 그리고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군이 꼼꼼히 살펴보았다면, 거기에 얼마나 많은 모순들이 들어있는지도 알 테지. 그 모순들이야말로 내가 말년에 도달한 이율배반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인간 비극의 실증들이요.


- 선생과 밤을 새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퇴근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선생의 말씀은 약간 지루합니다. 역사며 존재며 순수시며 비극이며 그런 것들이 다 뭐랍니까. 이 이야기들은 언제나 선생 자신에게로만 돌아오지 않습니까. 선생께서 아무리 관대한 제스처를 취하고 감정을 탈색한 시를 쓰셔도 결국엔 그 모든 행위가 선생의 자기 연민과 그걸 은폐하려는 안간힘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요. 게다가...하지만...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선생은 그토록 장광설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너무나 외로워 보입니다. 선생은 누가 펼쳐보지 않으면 그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는, 표지가 썩 매력적이지 않은 한 권의 두꺼운 책과 같습니다. 그 책에는 같은 이야기들이 단어만 달리 한 채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자세히 읽으면 뒤로 갈수록 비극적인 실험 끝에 비로소 정념 같은 것이 이제 막 생겨나고 있는 그런 이상한 책이지요. 예민하고 똑똑한데 공상만 하고 있는 부잣집 소년이 너무 늦게 사춘기를 맞은 것처럼 말이에요. 선생 책에는 친구도 애인도 등장하지를 않아요. 자기밖에 없어요. 알고 보면 칭얼대는 소리들 뿐이구요. 반쯤은 철학 서가에 있는 존재론 서적 같고 또 반쯤은 무색무취의 하얀 여백으로 차 있는, 결말 부분에 약간의 변화가 암시되어 있는 그런 책 말이에요. 그런데 주변의 소문은 뭔가 의혹이 서려 있고, 선생 인생의 후반기는 그 소문 이후로는 혼자만의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사고실험으로 채워졌지요. 선생에 관한 보고서들을 검토하는 것이 저로서는 아주 고역이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차를 드시지 않는 겁니까? 아직도 기침을 하고 계시는데요.


- 맛이 고약합니다. 고양이 오줌 냄새가 나요. 차란 것은 전혀 실용적인 물건이 아니요. 아무리 기침이 나와도 고약한 차를 마실 수는 없어요.


- 여전하시군요. 그럼 시장하실 텐데 찐빵이라도 하나 드십시오.


- 예수는 돌로 빵을 만들라는 악마의 유혹을 받았었지요. 40일이나 굶은 후에 말입니다. 저는 그게 예수의 환각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수는 돌로 빵을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그가 그걸 거절한 건 그가 그럴 수 없어서였을 거예요. 허기진 사람에게 빵을 권하는 건 일종의 시험입니다.


-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권하는 것이 이웃사랑이지 어째서 시험입니까? 모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이 심문을 받으면서 빵의 유혹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제 생각나기는 합니다만, 방금 하신 말씀은 선생 자신의 얘기가 아닙니까?


- 그건 당신의 말입니다.


- 그것도 패러디지요?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에게 예수가 했던 말이잖아요.


- 해 아래 새것은 없으니까요. 내겐 늘 위대한 선배들이 있었고... 그들은 힘과 의지로 늘 나를 압박했습니다. 이 시대는 나올 것이 모두 나온 시대입니다. 이젠 재조합밖에는 없어요. 요즘은 이걸 누구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군은 낭만주의자로군?


- 늘 이런 식이셨군요. 선생과 사는 일은 분명 피곤한 일이었을 겁니다. 사모님과의 사이는 괜찮으신가요?


- 그 질문이 프로이트와 융을 결별시켰다는 사실을 모르오?


- 아, 선생은 도무지 배려라는 것을 받아들이실 줄 모릅니다. 선생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요. 누가 선생을 소환했을 리 없습니다. 선생은 무단이탈하신 게 분명해요.


그때였다. 꽃잎이 거의 떨어져 푸른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한 편의점 옆 벚나무에서 갑자기 새들이 날아올라 우리가 잠시 시선을 빼앗겼을 때,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새둥지처럼 얌전하게 나무에 걸려 있던 비에 젖은 모자 하나가, 새들이 날아가는 바람에 나무에서 떨어진 것이다.


순간, 선생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작은 체구를 의자에서 빼내어 벚나무께로 걸어갔다. 젖은 모자를 대충 짜서 털어 쓴 그의 표정은 한결 마음이 놓인 것 같았다. 그는 거대한 무()를 압축해 머리 위에 인 다음, 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모자를 세심하게 눌러 쓴 채, 눈이 녹는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를 간절히 불러낸 것은 그의 모자였던 것이다. 편의점 탁자에는 한 모금 마시다 만 차와 식은 찐빵이 놓여 있었고 딱딱하고 차가운 하얀 플라스틱 의자가 여전히 앉아볼 테면 앉아봐. 하지만 나는 네가 나를 사용하는 것과 상관없이 너를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나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이것을 나는 증명할 수 있을까? 사물이 사자(死者)를 불러냈다는 내 보고를 상관은 믿어줄까?


나는 이 문서를 사적(私的)으로 남겨 간직하기로 했다. 김춘수 선생에 관한 제보는 잘못된 신고였다고 보고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피곤해진다. 나는 업보 경찰 나사루다. 이런 일을 수백 년간 하다 보면 처음 생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게 된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왜 굳이 사적으로라도 남겨놓고 싶은 걸까? 도대체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우선 퇴근을 하자.(끝)

-<대산문화> 2016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