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시인이신 은사님과 함께 했던 식사 모임에서 의정부 화재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더랬다. 맨몸으로 시민들을 구조한 간판 시공업자의 일화는 확실히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에 대해 한층 예민해진 사람들에게 일말의 위안을 주었다. 어쩌면 초자연적인 영웅들을 그린 만화들은 저런 숨어있던 익명의 능력자를 목격한 창작자들에 의해 태어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우리가 무엇에 의지해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훨씬 더 깊은 불안과 걱정에 마주치기도 한다. 만일 우리 사회가 상시적인 안전 체계보다 보통 이상의 헌신도와 선의를 가진 익명의 훌륭한 보통 사람, 평소에는 뿔테 안경을 끼고 다니다가 위험 상황에서는 슈퍼맨으로 변신하는 클라크 같은 사람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사회라면, 우리는 잠재적인 우리 중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