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 신에게 복종하기를 선택했다면, 죄도 없고 법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랬다면, 사랑도 없었을 것이다. - 지젝, 죽은 신을 위하여. 나는 이 말을 '사랑은 타락의 증거이다'로 고쳐 읽었다가 또 다시, '타락의 결과물이다'로 고쳐 읽는다. 까마득한 아담 할아버지의 선악과 먹기가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였는지, 반항 정신 때문이었는지, 혹은 둘 다였는지 모르겠지만, 눈 밝은 타락의 길 이전의 순진무구한 삶이 '행복'의 표상이라면, 타락 이후의 역사는 갈등 없이는 살 수 없는 원수 같은 이웃 사랑의 가시밭길일 테다. 아담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만큼 유약했거나, 신에 맞먹을 만큼 위대해지고 싶은 반항인이었을까. 혹은 지독한 건망증이었을지도. 에덴에 널린 수많은 다른 동물들처럼. 에덴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