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의 섬 파르티타 이승원 건물의 사체가 먼지를 머금고 아직 직립해 있을 때 썩지 않는 생선 꼬리를 맡으며 나는 누구의 이름을 생각해냈던가 인공물이 자연에 근접하며 낡아간다 지워지고 흔들리며 지붕은 속살이 드러나 그곳에선 빤히 혼자라는 게 허기처럼 떠오르고 태양계를 벗어나는 탐사선처럼 깊은 수심 속으로 내려가는 죽음을 상상한다 살마다 녹슨 새장은 스스로를 속박한다 들떠 일어난 천장의 페인트가 나방처럼 날개를 젓고 버려진 스패너들 검어진다 네 얼굴처럼 묽게 칠한 그의 아랫도리가 가리고 있는 두 개의 흐린 눈은 언제를 기억해내려 했던가 해가 흘린 피를 유리창이 반사한다 광택을 잃은 구층 아파트의 허물어지는 베란다 느리게 몸을 열고 거품을 무는 바다에서 새가 제 흰색을 공중에 그린다 짙은 물이 고인 거대한 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