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왼쪽 눈에 박힌 쇠붙이를 뽑아내면서 우리는 화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울 다락방에서 사전을 뜯어 먹으면서 나는 로자 룩셈부르크 여사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가끔 거울을 쳐다보면 내 검은 안대가 훈장처럼 떠올라 경이로운 화염이 혈관을 데우면서 우리들 4월을 되새기게 하지만 지금은 밤 늦도록 다락방에 모여 앉아 펼치는 늙은 학생들 문답강론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물론 하찮은 관형사 하나의 사용법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좀스러움이 새벽길을 닦는 데 얼마나 탄탄한 자갈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참을성 있게 들어줄 수 있는 귀가 열리지 않는 한 4월은 정당하게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만년설을 부수며 전투적으로 일깨우는 새벽은 그 뜨거운 화염으로 근심하는 초목들이 불타고 우리는 검은 억새풀로 아침식탁을 마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