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한 판본은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페스트』(책세상, 1992(1947))이다. “그런데, 타루.” 그가 말했다. “뭣 때문에 이런 일에 발벗고 나서지요?” “나도 모르죠. 아마 나의 윤리관 때문인가봐요.” “어떤 윤리관이지요?”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초년에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유망주로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알베르 카뮈는 흔히 장 폴 사르트르와 함께 대표적인 실존주의 작가로 불리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상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방인』의 심드렁한 주인공 뫼르소는 세계에서 자기 존재의 근거와, 욕망과 동경과 활기를 잃어버린, 오직 우연한 세계에서 방황하고 있는 방랑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19세기 내내 유럽은 신이 죽어버렸거나, 혹 존재한다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