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달에 둔 감자가 서서히 퍼렇게 질리고 있다 구워 먹고 삶아 먹고 튀겨 먹고 볶아 먹고 밥에 넣고 국에 넣고 갈아서 부쳐 먹고 삶아서 으깨 먹고 그러고도 남아서 응달에 펼쳐둔 감자 아, 재밌어. 다음번 생에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다른 많은 감자와 함께 상자에 실려 우리 집에 온 저 감자가 다음 생에 사람이 되면 아주 짧은 시간에 끔찍한 말을 하는 능력을 지닐 수도 그런 능력에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 “응급상황 시 아이들을 먼저 구조해주세요” 라고 차 뒷유리에 스티커를 버젓이 붙여놓고 좆같이 운전하는 새끼들은 끝까지 쫓아가서 박아버리고 싶어 라거나 죄를 용서받고 싶거들랑 네 재산을 모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 라거나 나를 찌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