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수국이 수북수북 피었네? 라고 한 것은 남편의 말. 농업 시험장에서 일하시면서 온갖 종류의 식물을 키우셨다는 할아버지 때문인지, 할아버지의 자식들은 하나 빠짐없이 모두 식물 키우기를 좋아했는데, 친정에서는 아버지가 35년 전에 대리인지 차장인지 승진하실 때 동료들이 가져온 군자란이 아직도 해마다 꽃을 피우고 함께 들어온 소철은 사람 키를 넘어간다. 분갈이도 안 해주는데 그 피우기 어렵다는 군자란 꽃이 어떻게 한 해도 안 빼먹고 피는지는 수수께끼. 언젠가 아버지가 베란다에 가득한 화분들에 너무 골몰하시는 걸 보고 물어본 적이 있었지. 아빠는 왜 말 없는 것들만 좋아해? 아버지는 슬픈 표정인지 서러운 표정인지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사람도 말을 못했으면 좋겠다. 그런 가족력 때문인지 동생도 식물을 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