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익어가는계절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이준규 (문학과지성사, 2010년) 상세보기 검은머리방울새 검은머리방울새는 오리나무숲에 살았다. 이 문장은 무한히 반복해도 좋으리라. 그러니까 검은머리방울새는 오리나무숲에 산다. 검은머리방울새는 쮸잉쮸잉쭈잇쭈잇 울었다. 검은머리방울새는 방울새나 촉새처럼 또륵또륵또륵또르륵또르르륵 울거나 찌리찌찌리찌찌쪼찌리찌 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검은머리방울새는 그냥 쮸잉쮸잉쭈잇쭈잇 울었다. 검은머리방울새가 현실에서 어떤 울음을 운다면 그것은 꿈을 꿀 때뿐이기 때문이다. 검은머리방울새가 침묵할 때는 다른 모든 새들이 침묵할 때와 동일한 침묵을 침묵한다. 침묵을 침묵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검은머리방울새는 어느 날 문득 아무것도 아무것과 구분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