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늘게 뜬 눈의 황홀
잘 익은 살구 알처럼 눈높이에 떠 있었던 저물녘의 태양은, 터뜨리면 흘러나올 듯한 무게감을 늘어뜨리며 천천히 마천루 뒤로 사라져갔다. 그 광경을 함께 보면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석양을 본 지 만 33년 하고도 절반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내 눈꺼풀 속에서 보고 있는 이것은, 2년 하고도 절반이 지난, 마지막 석양의 꿈. 오래된 어제의 석양이지만, 어제의 석양도, 내일의 석양도, 내게는 매양 오늘의 석양만 같다. 해가 나지 않는 흐린 날이나 지난여름처럼 내내 비가 퍼붓던 계절에도, 어제의 석양이나, 내일의 석양이나, 내게는 매양 오늘의 석양만 같아서, 두 눈 속 저녁의 노을빛은 어떤 떠남을 암시한다. 떠남의 가장 떠남다운, 모든 떠남의 궁극적인 떠남을. 처음 석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