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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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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친구 숲속친구 모두모두 즐거워 나는 아직도 선배나 스승과 잘 논다. 어제 오랜만에 꽝꽝의 은사님과 그의 후배들(나의 직장선배들)과 덩어리 돼지고기를 먹으러 갔었더랬다. 꽝꽝 사람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참 칙칙하다.(그 칙칙함이 어느 정도냐면, 1995년 꽝꽝 정문 앞 30m 지점에 문을 열었던 꿈의 패스트푸드점 KFC가 2년만에 망해서 나갔을 정도.) 물론 개중 내가 젤루 칙칙했던 적도 있었다. 근데 어느새 이 착한 칙칙함을 견딜 수 없게 됐으니 난 정말 무지하게 뺀질한 놈이 틀림없다. 나는 선배나 스승을 놀려 먹는 걸 정말로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만큼 그들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도 없을 거라고 은근히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무척 오만한 놈인 것도 틀림없다. 10년 전의 은사님이 넌 ㅈ선생이 좋으냐,고 물으시기에 그분은 공..
그런 밤 오늘 나는 당신들과의 詩的인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거리는 어둡고 옅은 안개는 팅커벨의 잠가루처럼 도시 위에 영영 떨어져내리고 있지요. 그리고 나는 내 인생에 마주친 모든 시적인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다 일어나 갑자기 생각나는 영혼의 얼굴들, 그들이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일까요. 나는 내일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또 거짓말을 하러 학교에 가지만, 이 거짓말들이 (진실)에서부터 흘러나온다는 것을 기적적으로 알아보는 나의 어린 친구들 또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자다 말고 일어나 갑자기 떠올리는 이런 영혼의 얼굴들과 그 이름에 대해 나는 결코 무엇으로도 완벽하게 '쓸' 수 없을 테지만, 나는 이것들이 가장 시적이라는 사..
지식-사물 애호가 Andrew Cornell Robinson acrStudio © 2007 대가리만 발기한 새끼들이 제일 싫다. 얼마나 엄청난 오욕에 머리를 처박으려고 저 지랄이지? 그는 대개 수집가다. 향유보다는 소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먼지를 덮고 책장에 줄지어 꽂혀 있다. 더러 먼지는 닦이지만 서문 이상 읽히지 않는다. 이 책들은 언제나 최신 유행하는 담론들, 문화적으로 세련된 이론들, 한 시대를 풍미한 문제작들이다. 제목을 수백 번 보았기 때문에 그는 심지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안 읽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정기적으로 헌책방에 가서 자신이 애호하는 어느 사상가의 책 색인에 제목이 수록되어 있었던 책이라도 새로 나오지 않았는가 뒤진다. 그는 정신분석의 연인이며 대중의 비판자이며 ..
이별의 뒷맛 오, 어째서 나는 너에게 그토록 친절했던 것인가. 이 씁쓸한 이별의 뒷맛이 도무지 가시지를 않는다. 이제는 형제가 된 첫사랑의 장신구 가게를 찾아가 동생의 생일 선물을 사고 근처 카페에 혼자 앉아 핫초코라느니 그따위 것을 마시며, 어느 시인을 욕한 나의 글이 게재된 학교 신문과, 젊은 시인들의 시선집을 읽는 이 간지럽고 짐짓 우아한 역겨운 문화 생활. 삼킬 수 없는 감정에 설탕을 발라본다. 이제는 알지 못하는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이름과 사랑에 빠지는 계절. 얼굴 대신 이름들과 닿지 않는 텔레파시를 주고 받는 상상의 놀이만이 가능한 시절. 술을 많이 마셔도, 우리의 심장은 포개어지지 않고, 웃음도, 눈물도, 우울도 TV 광고처럼 가벼이 떠나보낼 수 있는 시절. 어서 지나가라. 그러면 이 시절을,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