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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 context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자크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개념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자크 알렝 밀레 (새물결,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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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그 자체는 언어의 효과에 의해 분열되어 있으므로 불확실성 속에 있습니다...주체는 타자의 장에 종속된 상태로만 주체일 수 있다는 것, 주체는 이 타자의 장에 공시적으로 종속됨으로써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체는 바로 그곳을 빠져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빠져나옴'을 통해 그는 결국 실재적인 타자도 자신과 똑같이 거기서 빠져나와야 함을, 거기서 헤쳐나와야 함을 알게 될 겁니다. 바로 이로부터 선의에 대한 필요성이 불가피해집니다. 타자도 주체처럼 욕망의 경로에 대해 곤란을 겪고 있다는 확실성에 기초한 선의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진리란 곧 진리를 뒤쫓는 무엇입니다.
...
'자신의 행복을 바란다'라는 사랑관의 고전적인 성격을 환기하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육체적 연애론이라 불리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velle bonum alicui[타인의 행복을 바라다]'의 정확한 등가물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에게 토마스 아퀴나스의 진술은 나르시시즘의 기능으로 인해 [자신의 행복을 바라는 사랑관과]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타자의 행복을 지켜주는 데서 만족을 찾는 소위 이타주의의 궤변적 성격을 강조해왔지요. 그게 과연 누구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요? 그것은 분명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의 행복일 겁니다.
...
저는 '타자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충동의 순환성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대상의 나르시시즘적 장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그 사랑에 포함된 대상에게 어떠한 초월성도 남겨주지 않는 반면, 후자는 가는 것과 오는 것 사이의 이질성을 통해 그 사이로 어떤 간극을 드러냅니다.

- 자크 라캉, '사랑에서 리비도로', "세미나 11-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자크-알랭 밀레 편, 맹정현, 이수련 옮김, 새물결, 2008(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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