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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대중음악과 문화

1. 잡채의 시대, 서정과 분노는 어디로 향하는가?

  2004년,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이 한꺼번에 출시되었던 것에 자극이라도 받았던 듯, 2005년에는 락 뮤지션들이 대거 신보를 내놓았더랬다. ‘천재 소년’ 벡(Beck), 사상 최초 카툰 밴드 고릴라즈(Gorillaz), 영국 모던락의 선두주자 콜드플레이(Coldplay), 사운드가든(Soundgarden)이 해체되자 솔로로 나섰다 스테인드(Staind)를 결성하고 또다시 레이지어겐스트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이하 RATM)와 합체한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 신세대 과격 밴드 시스템오브다운(System of a Down)까지, 주목받던 신예들이 신보 발매에 가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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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적인 음악, 이중적인 마음 : 벡        


  독보적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의 이상적인 결합을 주도하고 있는 벡은 이제까지 두 갈래의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앨범 [Mellow Gold]와 [Midnite Vultures]로 이어지는 펑키, 일렉트로니카, 힙합의 화려한 혼합이 그 한 갈래라면, 일주일 동안 쉬엄쉬엄 놀면서 만들었다는(!) [Mutations]에서 [Sea Change]로 이어지는 포크와 어쿠스틱이 또 다른 한 갈래다. ’97년도 피오나 애플과 신인상을 공동수상 하면서 그로 하여금 천재 소년 소리를 듣게 했던 “Loser"의 읊조림을 단 한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다면, 그 우울하고 부드럽고 내성적인 분노에 가득 차 있는 후렴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라고 중얼거리며, ‘패스트푸드점에서 닭털을 뽑고 창녀의 인조모피코트 속으로 도피한’ 애처로운 서정적 화자는 다음 순간 남국의 햇볕 속에서 “Nobody's fault but my own"이라고,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것처럼 여성 팬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더니, [Midinite Vultures]에서는 돌연 데카당으로 쉽게 돌아섰고, [Sea Cahnge]에서는 조숙한 소년처럼 바다를 두고 혼자 수심에 잠겨 있었다. 신보 [Guero]는 [Mellow Gold]와 [Midnite Vultures]의 갈래를 잇고 있는 듯하지만 사방으로 방출되던 혈기는 좀 잦아들었다. 혹자는 [Odelay]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음악을 이중적으로 만들도록 한 그의 마음의 이중성이 그런대로 화해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