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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 con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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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the Necessity is the Drive "... 필연성은 동시에, 가르쳐줍니다. 내 욕망이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요..." 그래서, 그래서, 당신은 죽을 때 정말 "앱솔루트"하게 "굿"했나요. 살아있을 때 당신을 폭력적으로 가르치던 그 마음의 필연성으로부터 놓여나 당신은 림보가 아니라, 지옥이 아니라, 앱솔루트 굿한 곳에 있는 건가요. 아니, 죽음에 다다른 단 한 순간이라도 정말 그랬나요. 왜, 현재는 갈갈이 찢어져 있는 거죠. 우리는 왜 그걸 수긍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거라고 아침마다 중얼거리면 뭔가 좀 나아지나요, 응, 응? 아무도 그딴 걸 대답해줄 수는 없는 거겠죠. 우리가 짐승이었다면 좋았겠죠. 우리가 우리인지 아는 지구상 유일한 종족이라서 그래서 우리는 불행한 거죠. 우..
in memory of K(1966.2.16~2008.6.9.)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돌아오길 기다리며 -왜 유가 아니라 무인가? 어머니 전 혼자예요 오늘도 혼자이고 어제도 혼자였어요 공중을 떠도는 비눗방울처럼 무섭고 고독해요 나는 곧 터져버려 우주 곳곳에 흩어지겠지요 아무도 제 소멸을 슬퍼하지 않아요 어머니 전 혼자예요 오늘도 혼자이고 어제도 혼자였어요 고요히 솟아오르는 말불버섯 홀씨처럼 어둡고 축축해요 나는 곧 지구 부피의 여덟 배로 자랄 거예요 아무도 이 거대한 가벼움을 우려하지 않아요 여기에는 좁쌀알만 한 빛도 쓰레기 같은 정신도 없어요 혼자 생각했어요 연기(緣起)가 없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우연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단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타이가의 호수에서 보았지요 안녕하세요? (하고) 긴 꼬리를 그으며 북반구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을 안녕?..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자크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개념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자크 알렝 밀레 (새물결, 2008년) 상세보기 주체 그 자체는 언어의 효과에 의해 분열되어 있으므로 불확실성 속에 있습니다...주체는 타자의 장에 종속된 상태로만 주체일 수 있다는 것, 주체는 이 타자의 장에 공시적으로 종속됨으로써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체는 바로 그곳을 빠져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빠져나옴'을 통해 그는 결국 실재적인 타자도 자신과 똑같이 거기서 빠져나와야 함을, 거기서 헤쳐나와야 함을 알게 될 겁니다. 바로 이로부터 선의에 대한 필요성이 불가피해집니다. 타자도 주체처럼 욕망의 경로에 대해 곤란을 겪고 있다는 확실성에 기초한 선의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진리란 곧..
이해와 오해 꼬마 한스와 도라(프로이트 전집 8)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열린책들, 2004년) 상세보기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 늦으막히 나와 한산한 문과대 독서실에서 "도라의 히스테리 분석"을 마저 읽었다. 프로이트의 서술을 통해 보건대, 그는 도라가 자신을 처음에는 아버지로, 이후에는 K씨로 전이시켜 생각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전이에 관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히스테리를 치료하는 일이 불가능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텍스트 곳곳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는, 프로이트가 도라에게서 느낀 기묘한 사적 호감이야말로 이같은 '전이에 대한 강조'의 배면에 드리워져 있는 커튼이라는 느낌이 든다. 도라는 프로이트의 꿈을 대신 꾸고 있다는 느낌, 혹은 프로이트는 도라를 빌..
'당신'과 '그들' 사이에서 비명을 찾아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복거일 (문학과지성사, 1987년) 상세보기 10여 년만에, 아이들에게 과제로 내주면서 다시 읽었던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는, 그동안 나뿐 아니라 사회적 서정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했다. SF 소설의 형식을 빌려 보여주는, 민족적 울분에 휩싸인 40대 직장인 남성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지만, 이에 대한 주인공 히데요의 관점과 반응이 극도로 상투적이고 전혀 신선하지 않은 것이, 복거일이 세계시민주의라는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토록 상투적인 민족 감정의 왜곡된 형태로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따위의 책을 펴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놀랍(지 않)게도, 20대 초반의 학생들은 이것을 과거와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병원에서 왼쪽 눈에 박힌 쇠붙이를 뽑아내면서 우리는 화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울 다락방에서 사전을 뜯어 먹으면서 나는 로자 룩셈부르크 여사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가끔 거울을 쳐다보면 내 검은 안대가 훈장처럼 떠올라 경이로운 화염이 혈관을 데우면서 우리들 4월을 되새기게 하지만 지금은 밤 늦도록 다락방에 모여 앉아 펼치는 늙은 학생들 문답강론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물론 하찮은 관형사 하나의 사용법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좀스러움이 새벽길을 닦는 데 얼마나 탄탄한 자갈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참을성 있게 들어줄 수 있는 귀가 열리지 않는 한 4월은 정당하게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만년설을 부수며 전투적으로 일깨우는 새벽은 그 뜨거운 화염으로 근심하는 초목들이 불타고 우리는 검은 억새풀로 아침식탁을 마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