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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통 시작은 어제 새벽이었다. 받지 말아야 할 전화를 받았다가 치통이 시작되더니 어제 아침에는 음식을 씹을 수 없었고, 어제 밤에는 인후통이 동반되었으며, 오늘 아침에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일어났더니 이젠 안통에 머리 전체를 울리는 두통, 어깨 주변 근육통과 과도한 진통제 때문에 소화기 장애까지...하루 종일 자료를 조금 찾았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뺐어야 할 오른쪽 사랑니, 90도 누워서 난 삐뚤어진 사랑니를 다음에 다시 아프면 빼리라고 세이브해놓은 게 잘못이었다. 그동안 늘어난 건 고통의 복리이자뿐이다. 이 하나가 내 전체를 흔들고 있으니 내일은 엔지니어에게 찾아가야겠군. 차갑고 냉정한 손으로 우선 신경을 마비시켜 줄 전문가를 말이다. 아무리 하드보일드해지자고 다짐하고 있어도 식는 건 표면..
어제 꿈에서 중국에 갔다가 "신민필애(信民必哀)"라는 사자성어를 새로 배웠다. 누군가, "믿는 백성은 반드시 슬퍼진다"라고 그 뜻을 새겨주었다.
엘비스의 찹쌀 도나쓰 * 이 모든 것은 팩트이며 전혀 허구가 아니다. 1982년 봄, 엄마와 아빠와 나, 세 식구가 구반포 아파트에 셋방을 들어 살 때였다. 프로야구가 막 창단되고 MBC 역사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에서 엄마를 닮은 이미숙이 여우 짓을 하면서 강석우 손가락을 물던 시절이다. 어린 엄마는 나를 데리고 밖에 나갈 때면 이모라고 부르라 했다. - 왜? - 재밌잖아. 내가 이모, 이모, 부르면 시장 아줌마들이 어머, 조카가 귀엽네요, 하면서 사심 없이 뺨을 꼬집어주었다. 그래서 엄마는 상가에 가면 이국적인 물건들이 잔뜩 쌓인 수입품점 구경하기를 즐기는 발랄한 이모가 되었다. 기분이 좋아진 이모는 길 건너 에서 소보루나 팥빵을, 그보다 기분이 더 좋으면 찹쌀 도나쓰를 사주었다. 겉은 바삭하고 씹으면 쫀득쫀득한 찹쌀 ..
"지도와 영토"의 초입부 중에서 처음 얼마간 적당히 싹싹하기만 하던 다부진 체격의 부동산 중개인은 제드가 예술가라는 것을 알고는 이성을 잃을 지경으로 흥분했다. 그는 '예술가의 아틀리에'를 '진짜 예술가'에게 팔아보기는 처음이라며 탄성을 내질렀다. 순간 제드는 불안해졌다. 부동산 중개인이 괜히 아틀리에 가격이나 올려서 정작 예술가들이 아틀리에를 구할 기회를 앗아가는 '보보스'나 그 비슷한 문화 속물들을 비난하며 진정한 예술가들의 옹호자를 자처하면서도, 어떻게 시장 현실을 거스를 수 있겠느냐, 시장을 바로잡는 게 내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선수를 칠까봐서였다. -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La Carte et le territoire)", 장소미 옮김, 2011년 가을, 559쪽. 확실히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의미하지만, 손자는 할아..
패륜적인 충고 1월 2일의 일기. 이게 다 정치 때문이다. 오래 살다 치매에 걸린 전두환과 일찍 죽은 노무현 때문에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와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싸웠다'는 말이 마음에 든다. '아버지가 나에게 화를 내셨다'거나 '아버지의 설교를 들었다'거나 '아버지의 꾸중을 들었다'보다 백 배 마음에 든다. '아버지와 이야기했다'보다도 마음에 들려 한다. 아빠는 살아 생전 집권시절에 노무현이 '양극화'에 대해 너무 자주 언급한 것이, 그리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 자살해버린 것이, 자기가 중산층이라 믿었던 서민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자살충동을 동반한 우울증 상태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아빠에게 나는 빠른 말과 논리로 대항했지만, 이전 시대 '좌파'의 뿌리 깊은 컴플렉스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카진스키가 ..
<문학동네> 2011 가을 * 우선 신인상을 받은 시인 최예슬의 등단작들 중에서 한 편; 비밀의 왕국 최예슬 먼 옛날 비밀이라는 작은 왕국에 일곱 백성이 살고 있었다 유난히 비밀이 많던 거짓말여왕, 일곱 백성을 너무 사랑하지만 비밀을 감추기 위해 그들을 모두 사형할 것을 명령했고...... 이것은 두더지 서기관이 비밀리에 옮겨적은 일곱 백성들의 유언장 귀머거리 시인 고독에 대한 풍문이 들려오면 마을 언덕에 모닥불을 피워주세요, 흉가에서 들썩이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보고 싶어요. 어린이 일기를 쓰는 것은 숙제였으므로 일기장에는 엄마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었어, 엄마가 죽으면 염소에게 일기장을 먹여야지. (엄마에게는 비밀인데요 나는 시도 쓸 줄 알아요. 어제도 꿈속에서 엄마가 죽는 시를 썼다구요.) 소심한 혁명가 모두 각자의 리듬으로...
김재훈, "웅크린 사람" 웅크린 사람 김재훈 울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화분 하나 어둠 속에서 꺼낸 뒤 다른 어둠 쪽으로 옮겨 놓고는 암시도 없이 전략도 없이 울고 있다면 울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 2012년 1월
그냥 한 사람인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하네. 그냥 한 사람인데... 오늘 뉴스에서는 간만에 웃고 있데... 그 사실이 넘 우울하네... 김정일 죽고 봉도사 잡혀가고 디도스도 묻히고 공항 팔 기세고... 말할 때마다 입술에 침 바르는 거 보면 자기도 자기가 하는 말 안 믿는 거 같긴 한데....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것도 같은데....... 그냥 한 사람인데 날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내 인생을 캐우울하게 만들 수가 있지.......미스테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