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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거듭 도착하는 편지

Your Horoscope for MARCH 06, 2008

A loved one might be away on a short journey of some kind, Orintorinco, leaving you feeling lonely and a bit down in the dumps. The only way to get around this kind of gloom is to keep yourself busy. Read, or visit a neighbor. If you've been thinking of trying your hand at writing this is the day to give it a try. Keep your mind busy and you'll find that your friend is back before you know it!


*


심각하기 그지없었던 나의 10대에,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그의 편지였다.
스무 살 이후 연애할 때마다 연애편지를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던 것은
평생 써야 할 연애편지를 그때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아픔과 나의 바쁨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격 같은 것이 내게 있기는 한 것일까?
누구나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뻔한 사실이 이렇게 막막할 수도 있다니.
육체의 막인 피부, 그 누구의 피부 속으로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니.
당신의 피가 당신을 공격하다니.
알기만 하고 개입할 수는 없는 타인의 고통
아니, 완전한 미지 상태인 당신의 윤곽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

오늘, 당신의 안녕은 흐리고 때때로 소나기.
17년 전의 편지가 탁한 창문틈으로 거듭 들이닥친다.
당신이 쓴 글자들은 날아오르고 싶어 견딜 수 없는 표정이다.
나는 으으으 일그러진 입을 닥친다.
손수건은 비행에 지친 새처럼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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