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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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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대전에 하루 일찍 내려왔다. 학술대회 토론 건. 한 달쯤 남아 있는 카드 쿠폰으로 호텔에 혼자 체크인을 하고 들어올 때까지 난 그저 다른 곳에 있고 싶을 뿐이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TV와 우울. 어딜 가도 이것들이 있다.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어도 어제처럼, 그제처럼, 여전히 두통과 몸살. 무언가 부족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무언가 거대한 것이. 글은 쓰이지 않는다. 겨우 오늘, 안간힘을 써서 이 일기를 남길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에 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 한다. 계속 안간힘을 쓰자.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작란 낭독회 또 재공지 역시 by 재간둥이 오은
작란 낭독회 재공지 by 오은
작란 첫번째 낭독회
시인 스머프의 몽롱한 눈동자 그리고 중세 회화의 인물 포즈에 자주 보이는 우아한 발의 배치, 가볍게 흔들리는 펜대와 섬세하게 뻗친 새끼손가락
결손 엄마 없이 산 지 10년이 지났고 우리는 식기건조기를 쓸 자격이 없다. 아빠, 이건 살균 건조 기능이 있고 그릇을 그냥 집어넣기만 하면 돼. 그릇은 다 씻었고 물이 끓고 있으니 그건 낭비다. 아빠는 눈썹에 염색약을 바르고 짜증을 내면서 그릇을 끓는 물에 넣다가 앗 뜨거뜨거 물을 튀고 우리는 식기건조기를 쓸 자격이 없다. 하! 엄마는 요리사나 가정부가 아니었어. 우리는 이런 일로 짜증을 내면 안된다. 집에는 식기건조기가 있다. 그런데 이걸 쓸 자격이 없다. 아빠, 그릇을 다 삶으면 드세요. 브리카에 커피가 다 끓었고 커피잔을 식탁 위에 탁! 아빠는 왜 10년이 지나도록 짜증을 내는 거지? 두 사람 문제는 제발 둘이서. 우리집엔 식기건조기가 있다. 문을 쾅! 볼륨을 꽝꽝 높이면 "You don't know ..
가볼까 말까
영감 없는 세계 2011. 4. 25. (月) 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쓴다. 생각? 써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쓴다. 만년필이 아니면 안 된다. 연필이어서는 안 된다. 볼펜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뚜껑을 뒤꼭지에 끼운 채로 써서는 안 된다. 인과관계가 명확한(명확한? 그런 게 있나?) 정합적인 문장들을 접 붙이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나는 토요일에 포기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잎들이 배신자들처럼 삐죽삐죽 못된 혓바닥처럼 솟아 있었다. 모르는 사이에 꽃들이 죄 벌어져 떨어져 날리기 시작한 중이었다. 햇볕이 따가웠고, 그렇지만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추웠고,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런 때도 있는 거야, 라고 스승이 말했다. 내가 가장 비참할 때 스승은 자상했다. 그렇게 좋은 스승을 나는 만나본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