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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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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의 사후를 사는 냉담자의 멜랑콜리, 혹은 신성성의 재상상: 송승언의 시 돌의 감정 오래 전에 어떤 철학자의 윤리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문득, ‘나는 돌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상상이야말로 가능한 상상과 불가능한 상상의 접점에 서는 첫 경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철학자는 근대 초기에 살았던 사람으로, 아직 매일 햇볕을 받으며 물속에 잠긴 돌 위를 흐르는 물을 보면서 강변을 산책하는 일에 익숙했고, 콘스탄틴주의와 유대교의 강력한 신 개념과 그 이름을 통한 현실적 지배 속에서 살았지만, 이상하게도 경전의 글자들에 얽매여 있지 않았던 듯 보이는 데다, 바로 그런 이유로 자기 민족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자기의 국가 종교로부터 파문을 당했다. 그런데도 더욱 더 이상한 것은, 그가 지극히 종교적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그는 범신론적이고도 유물론적으로 자연과 우리의 물리..
크리스마스트리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형상화하려고 미메시스 정신에 입각하여 꾸며낸 것. 반짝 반짝 빛나는 것. 수은주는 깊이 내려가도 당신의 체감온도는 아름다움에 의해 상기(上氣)될 수 있습니다,라고 속삭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이것저것 매달아 의외의 완성도를 달성하는 것. 너무 무거운 장식물은 떨어뜨리고 마는 것. 진짜와 가짜에 별다른 구별이 없는 것. 어둠 속에서 혼자 깜, 빡, 깜, 빡, 중얼거리는 것. 해체와 조립이 가능한 것. 해체는 조립의 역순. 그러나 조립할 때마다 무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한파가 찾아온 한밤에 불 다 끄고 거실에 앉아 보고 있으면 술이 당기는 것. 술에 취해 보고 있으면 너무 예쁜 척 해서 넘어뜨리고 싶은 것. 넘어뜨리고 나서 밟고 싶은 것. 그러다 다시 복구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