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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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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예수, 대심문관: 이율배반과 논리적 구원의 불가능성 * 오리너구리, 『빵과 차(茶): 무의미 이후 김춘수의 문학과 정치』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나는 이 논문을 오래된 의문으로부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떻게 순수시의 대가가 5공화국의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하는, 다시 말해 「꽃」과 전두환 퇴임식 축시인 「님이시여 겨레의 빛이 되고 역사의 소금이 되소서」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퇴임식 영상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가관이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김춘수가 쓴 거의 모든 글과 김춘수가 읽었다고 쓴 거의 모든 글을 할 수 있는 데까지 찾아 읽었다. 그랬더니 이상한 점들이 점점 더 많이 발견되고 거기에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궁금함이 거의 수사기록에 가까운 논문을 쓰게 만든 것 같다. 그는 국회의원과 ..
읽어버린 사람 얻어맞기를 자청하는 자는 마땅히 맞아야 한다.-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모피를 입은 비너스」. 이제는 소위 ‘정동 이론’이라는 문화 연구의 한 장을 연, 스피노자의 정동(affect)에 대한 들뢰즈의 강의에는 “기본적으로 감각적인 욕구(appetite)”에 의한 사랑과 “진실한 사랑”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50쪽에 이르는 다소 긴 분량의 이 강의 녹취록은 블레이흔베르흐와 스피노자 사이에 오간 편지들에서 다루어진 본질의 순간성과 영원성에서 시작하여, 힘의 증대와 감소로서의 정동, 무엇보다도, 하나의 살아있는 이행이자 변이로서의 정동을 설명함으로써, 스피노자가 『윤리학』에서 강조했던 기쁜-수동과 슬픈-수동의 색조를 음악이라든지, 연인 관계 같은 구체적인 ‘마주침’을 예로 들어 활력적으로 전달하..
Read Mr. Sacher-Masoch 썅. 진짜 너무 덥다. 동양도서관이 쉬는 월요일이어서 가끔 오던 서운작은도서관에 왔는데, 이 도서관에서 매일 밥 얻어먹는 노랑 고양이도 너무 더워서 도서관 현관 층계참 그늘에서 늘어진 채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다. 진즉에 끝냈어야 할 들뢰즈 원고가 시원하게 나오질 않고 찔끔찔금 염소똥처럼 떠듬떠듬 씌어지고 있어서 논문 후유증으로 '고장난 글 센서'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 동시에, 그럼 일주일 후에 마감인 학술대회 발표문은? 머리가 띵하다. 그러나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David Sigler라는 사람이 쓴 논문 하나를 읽었는데, 굉장했다. 이라는 글인데, 들뢰즈의 마조히즘에 대한 글들이 대개 프로이트의 사도-마조히즘과의 구별점(이미 들뢰즈 그 자신이 충분히 논하고 있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