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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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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버린 사람 얻어맞기를 자청하는 자는 마땅히 맞아야 한다.-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모피를 입은 비너스」. 이제는 소위 ‘정동 이론’이라는 문화 연구의 한 장을 연, 스피노자의 정동(affect)에 대한 들뢰즈의 강의에는 “기본적으로 감각적인 욕구(appetite)”에 의한 사랑과 “진실한 사랑”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 50쪽에 이르는 다소 긴 분량의 이 강의 녹취록은 블레이흔베르흐와 스피노자 사이에 오간 편지들에서 다루어진 본질의 순간성과 영원성에서 시작하여, 힘의 증대와 감소로서의 정동, 무엇보다도, 하나의 살아있는 이행이자 변이로서의 정동을 설명함으로써, 스피노자가 『윤리학』에서 강조했던 기쁜-수동과 슬픈-수동의 색조를 음악이라든지, 연인 관계 같은 구체적인 ‘마주침’을 예로 들어 활력적으로 전달하..
Read Mr. Sacher-Masoch 썅. 진짜 너무 덥다. 동양도서관이 쉬는 월요일이어서 가끔 오던 서운작은도서관에 왔는데, 이 도서관에서 매일 밥 얻어먹는 노랑 고양이도 너무 더워서 도서관 현관 층계참 그늘에서 늘어진 채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다. 진즉에 끝냈어야 할 들뢰즈 원고가 시원하게 나오질 않고 찔끔찔금 염소똥처럼 떠듬떠듬 씌어지고 있어서 논문 후유증으로 '고장난 글 센서'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 동시에, 그럼 일주일 후에 마감인 학술대회 발표문은? 머리가 띵하다. 그러나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David Sigler라는 사람이 쓴 논문 하나를 읽었는데, 굉장했다. 이라는 글인데, 들뢰즈의 마조히즘에 대한 글들이 대개 프로이트의 사도-마조히즘과의 구별점(이미 들뢰즈 그 자신이 충분히 논하고 있어서 ..
들뢰즈 7월 18일의 일기. 들뢰즈의 유작인 비평과 진단을 읽고 있다. 본래는 들뢰즈와 문학에 관한 글의 집필을 시작해야만 했지만.이 책의 번역에 비문이나 오탈자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저키즘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들뢰즈의 책 거의 전부가 이렇게 독해에 저항한다. (매저키즘이 영어 중역이라서일까? 그러니까, 그의 불어 텍스트 자체가 번역하기 어려운 것일까?) 이 책의 앞머리에 붙은 췌사는 심지어, 프루스트의 反 생트-뵈브(Contre Sainte-Beuve)라는 책에서 인용한 다음의 문구이다; "훌륭한 책들은 일종의 외국어로 씌어져 있다." 자신의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한 상태에서 붙여놓는 이런 췌사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의 책이 읽히지 않는다고 당신은 불..
시신(詩神-屍身)의 뜬 눈 7월 14일의 일기.1. 시 쓰기의 숨겨진 목표는 (시인에게까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그 목표는) 시를 죽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수영은 그것을 "이제까지의 시를 폐기하는 것"이며, 잠정적으로는 자기의 갱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를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시를 죽이는 일'이라면, 그는 시(자기의 온몸인, 시 쓰기의 순간에만큼은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혼신인)-로서의 자기를 죽이려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를 죽이려 하는 것일까? 지금 당장의 시를 죽임으로써 정말로 죽이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2. 시를 죽이는 시 쓰기는 죽지 않는다. 자동기계.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을 욕망의 기계로 이해한 스피노자의 유물론적 관점을 부각시켜 이어받은 들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