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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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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없이 허연, 『내가 원하는 천사』(문학과지성사, 2012) 서평 도리 없이 정한아 첫 번째 시집 불온한 검은 피가 나왔을 때 그는 삶의 배경에 드리워진 죽음의 냄새를 쫓으며 실존철학을 읽고 있는 ‘젊은 시인’이었고, 13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를 상자했을 때, 그는 삶을 위해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용서할 길 없어 밤에 마주친 도둑 고양이의 두 눈을 보며 추하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는 ‘범인(凡人)’이 되어 있었으되 하나의 ‘법’이 되고자 했다. 세 번째 시집은 이 ‘범인’의, 잃어버렸으나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지층을 계속 곱씹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장기는 후회다. “혼자 아프니까 서럽다”는 낡은 문자를 받고, 남은 술을 벌컥이다가 덜 자란 개들의 주검이 널려 있는 추적추적한 거..
절개면 앞에 선 나쁜 소년의 법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허연 (민음사, 2008년) 상세보기 ‘지옥에서 빗소리를 듣던’(「지옥에서 듣는 빗소리」, 불온한 검은 피) 한 남자가 “왠지 모르게 우리는 텔레비전처럼/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청량리 황혼」, 불온한 검은 피)는 마지막 전언을 남기고 사라진 지 13년, 홀연히 귀환한다. 두 권의 시집에 실려 있는 그의 얼굴 사진은 애인과 정사(情死)한 다자이 오사무처럼 불길하고, 불길한 얼굴이 으레 그렇듯 나이를 종잡을 수 없고, 좌우가 바뀌어 있다. 그는 방황하는 여름 같았던 청춘을 지나 회사원이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시를 쓰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 직장에 가는 일을 부끄러워했지만 목숨이 달려 있었으므로, 병원에 가고 출근을 했다. “왜 가난은 항상 천재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