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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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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지내는 파르티잔 하나쯤은 있는 거 아니에요? 고등학교 동창들을 서울에서 만나면 서효인 아마도 집이나 직장에서는 그러하지 않겠지만우리는 강남 한복판에서 고래고래 사투리를 썼지조금은 불편해지려고 했다 너희가 사투리로자의식을 확인하는 자들이여 절대로 잊지 못하는사투리여 왕따의 기억처럼 죽이고 죽여도되살아나는 빌어먹을 사투리여염병할 뉘앙스여 괘씸한 톤이여 공동체여너나없이 쓸데없이 맥락 없이 욕을 뱉고 술잔은이리저리 세상 바쁘고 이것이 몇 년 만일까아마도 집이나 직장에서는 그러했겠지 예전에착한 학생이었고 놀 때는 놀았고 의리도 있었지만지금은 강남대로에서 택시 하나 못 잡는다이왕 모였으니 좋은 데를 갈까 하는 녀석은 여기 또 있고미안하지만 부끄럽다 죄송하지만 기억이 안 나요 반말이어색하요 하지만 사투리는 편하지 감각에 우정을 맡기고기억을 추렴해 보지만 사투리..
동지, 자네의 섬뜩한 농담은 내 손이 호주머니 속을 더듬게 해 그러니까, 우리가 장난이나 한번 쳐볼까, 하고 모였던 것은 지난겨울의 일이었다. 나는 거의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방식으로 (아니, 운명을 가장한 우연의 방식인가?) 그와 함께 동인 활동을 하게 되었다. 동인 활동이란 건 대체 무엇인가? 한 30년 전쯤이라면 역사적이고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문학적인 대의명분이라도 있었겠지만, 시의 시대도 지나가고, 가시적인 적들의 적성(敵性)은 단물처럼 대기에 비가시적으로다가 녹아들고, 나름 교체된 정권도 한동안 살아보고, 지금은 상냥한 얼굴로 뒤통수를 쳐대는 교활한 적의 품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그래서 결론적으로 온갖 고민들이 문화적인 형태로 세련되고 교양 있는 취미의 자원을 이루게 된 지금, 21세기 시작하고 한 10년 지난 다음에 축구단이나 야구단도 아니고 동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