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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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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비명처럼 무조(無調)라서: 김혜순론을 쓰기 위하여 않아에 관해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부끄럼 많은 요나 부크롬 씨는 한동안 심하게 망설였다. 고민하던 나머지 친구 병조림 인간에게 상의하고 싶었지만 그는 냉가슴이라는 돌림병을 여직 앓고 있어 말을 걸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맨홀 뚜껑 아래 시궁창에서 쥐 죽은 듯 지내던 크루소 씨에게 물어보았다. 않아는 40여 년 간 글을 써온 사람입니다. 저는 그의 글을 10대 시절부터 읽어왔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읽은 적은 없었어요. 않아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않아의 이름으로 출간되어 있는 시집 열다섯 권과 산문 세 권과 그밖에 그와 대담을 나눈 여러 사람들의 기록과 그에 관한 수많은 논문과 평론을 읽고 그것으로 그의 인생 40여 년을 가늠하여 종합한 뒤 마치 그것이 그에 관한 모든 것이라 이해하는 척..
계간 <문학선> 2016년 여름호 기억해둘 만한 글* 서용순, 「사건의 윤곽과 문학의 연루에 대하여」 까마귀 연합 김혜순 한국까마귀와 일본까마귀 중국까마귀세 마리가 8.15에 신칸센을 타고 가면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까마귀 두 마리의 조그맣고 빨간 고무 인형 손처럼한국 까마귀의 손도 빨갛게 작은데 추하게 생긴 눈썹이 탱크 같은 트렁크를 몰고 옵니다 갉작갉작 시계는 내 가슴에서 흐르고갉작갉작 전분은 내 대뇌에서 흐르고 까마귀 세 마리가 서로 서로를 엄마아빠로 착각하고 있는데피 범벅된 아기 까마귀를 감자로 착각하고 있는데 돌림노래를 부르러 가고 있는데 뇌 깊은 곳 환희 바이러스가 폭발하고 있는데까마귀의 이빨들이 은빛 펜촉으로 변하고 있는데 당당한 까마귀들의 영혼이일본의 하늘에 쇠붙이 같은 글씨를 쓰고 있는데환시 환청 환취 환미 환각이렇게 ..